수천년간 이어온 인천의 역사
Lovelong 2025/09/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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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추홀, 제물포, 인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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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25-06-30
: 449
#도서제공
🔖제물포의 개항은 미추홀의 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비운의 고구려 왕자 비류가 정착한 뒤 2,000년 동안, 미추홀은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황해에서 가장 복잡한 지형인 경기만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지만, 미추홀이 중심적 역할을 한 적은 없었다. 남만주에서 내려온 고구려 이민들이 정착한 시기엔 한강 유역의 위례성에 밀렸고, 고구려 시대와 통일신라 시대엔 바로 남쪽 당항성이 군사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요지였다. 고려 시대엔 도읍 개경의 외항인 예성항이 중심이었다.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나 군사적 요지는 섬인 강화도였다.
이제 문득 제물포가 경기만의 중심이 되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아주 큰 서해에서도 수심이 얕아 큰 배들이 드나드는 항구로선 적합하지 않은 포구가 외국에 열린 항구가 되면서, 국제적 중요성을 지닌 곳으로 바뀌었다. 미추홀의 제물포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
이 책은 무려 태양계의 생성부터 생물의 탄생, 인류로의 진화를 거쳐 마침내 고대 국가를 이루고 수많은 전쟁과 사고를 거친 끝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대서사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과학적, 역사적 사실들이 서술되다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의 이야기가 서술되고, 다시 역사적 사실과 인물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마치 역사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특정 정거장에 내려 사람들을 둘러보고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처음 접하는 방식의 소설이라서 신기했다.
책 제목처럼 한반도, 대한민국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도 독특하게 미추홀, 제물포, 인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구려에서 떠나온 비류왕자가 정착해 원주민과 함께 소금밭을 일구고 마을을 세워 ‘미추홀’이라 명명했던 수천년 전부터 미추홀은 2025년에도 행정구역명으로 남아있다. 책을 다 읽고나니 그 사이에 이렇게 수많은 시간과 사건이 흘렀는데도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제물포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만셕, 월례 부부와 그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큰 기점마다 어떤 영향을 받고 그로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통해 책에 활자로 갇힌 것 너머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된 후 인천으로 옮겨온터라 오랜 기간에 걸쳐 인천 지역에서 주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에 주목해 다시 훑어본 한국사는 기존의 수도, 서울 중심의 한국사와는 다르게 다가와 신선했다. 수많은 사건들을 지나 현재의 모습이 된, 이제는 나의 도시가 된 인천을 더 찬찬히 살펴보고 아끼는 계기가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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