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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ong님의 서재
  • 제국의 어린이들
  • 이영은
  • 16,200원 (10%900)
  • 2025-08-15
  • : 5,660
#도서제공

📝이 아이들이 남기지 못한 기억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불안과 놀람, 공포 속에서도 아이들은 타인을 향한 연민을 통해 심란함과 우울함을 힘찬 열정으로 바꾼다. 수치심과 죄책감 역시 열정으로 귀결된다. 왜 이렇게 완벽한 걸까? 어떻게 이렇게 건전하고 착하기만 한 체계가 존재할까?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추가된다. 분명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했을 질투는 이 글들 속 어디에 숨겨져 있는 걸까?

🔖 어머니가 방긋 웃으셨다. 내가 일한 돈으로 신단에 제사를 올린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참을 수가 없었다.

🔖 아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 온다. 답답하고, 화가 나고, 가슴 어딘가 꽉 막힌 듯한,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물론 이제 우리는 그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실체가 무엇인지 잘 안다. 바로 ‘경계’다. 당시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그어졌던 경계.

🔖 이 아이들이 남기지 못한 기억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일본어도 조선어도 쓸 줄 모르던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어떤 생활을 했을까?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고민했을까? 무엇에 기뻐하고 또 슬퍼했을까? 아이들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이 아이들의 삶은 조선 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가 다루지 못했던,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해 왔던 현실이었다.

💭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국가가 주관했던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소학교 학생들의 글과 지은이의 해설이 곁들여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일본인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조선인 어린이들이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국가(일본)를 사랑하는지, 전쟁터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병사님들(일본 군인)을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기록들은 한국인으로서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를 통해 접해보지 못한 각도에서 시대를 조명하고 있었다. 대체로 일제강점기 시절을 다룬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독립운동가 vs 친일파, 변절자, 밀정 등 영웅 혹은 악당의 위치였는데, 가공된 컨텐츠가 아닌 실제 그 시절을 살던 어린이들의 평온한 일상과 (주입된) 사상을 엿볼 수 있어 신기한 경험이었다.

위에도 인용한 지은이의 맺음말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는데, 읽는 내내 건전하고 착하기만 한 이 기록들의 바깥이 궁금했다. 조선 어린이가 모아둔 용돈을 털어 일본 신들을 기리는 신단을 사왔을 때 방긋 웃었다던 어머니의 속마음이. 어려운 형편 또는 일본식 교육에 반발해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미처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역사책임에도 이 책의 문자 그대로를 신뢰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읽어본 그 어떤 역사책보다 신선하고 놀라웠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추천하고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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