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통받을 때 시간이 대체 무엇이겠나? 아무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사랑에 굶주린 신랑의 귀에 서둘러 돌아갈 시간을 알리는 야경꾼의 목소리가 들어올까? 새벽녘에 세상을 뜰 이는 어차피 보지도 못할 해가 몇 시에 뜨는지 관심이 있을까? 우리 가련한 존재들이 우리가 처한 상황의 강력한 힘에 맞서 버틸 때, 평온함 혹은 평온함으로 여기는 것을 얻으려 고군분투할 때, 투어장에 꼼짝없이 갇힌 짐승처럼 망연자실해 있을 때 우리는 시간을 잊는다. 그래서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바깥세상에서는 무수한 일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