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호 시인의 첫 시집 『기타와 바게트』를 읽었다.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길은 걸어가는 데서 이루어진다(道行之而成)”는 장자의 말이 언뜻 생각났다. 남들이 안 가본 시의 길을 그는 묵묵히 가고 있었고, 그리고 이제 그는 긴 수업 하나를 마쳤다. 시인이 이식한 시적 대상을 조종하고 주도하면서 세계와 만나는 장면이 낯설고도 경쾌하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하루 한 끼 정도는 같이 해요
탁자가 기울기 전까지는 서둘러 식사를 끝내요
노릿하게 잘 구워진 태양에 새가 앉았네요 삼족오라고 불러 달래요
샤토 디켐 한 잔과 열다섯 가닥의 바람이 절묘하게 새겨진 나이프
오늘의 특별요리는 북두칠성이네요
긴 막대 하나는 스페어로 가지고 다녔으면 해요
탁자가 기울면 그것이 필요할 거예요
열 살 적 생일 선물로 세 발 달린 개에 대한 설화를 만들었다
복을 가져다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꾼이었던 아버지는 그해 가을
웃자란 새벽 까마귀를 따라가셨다
성격도 참 급하시다 우는 방법도 익히기도 전인데
태양의 흑점이 폭발할 때마다 알 낳는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
미완성의 탁자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나 봐요
오늘따라 아이가 검은 콩자반을 칠칠맞게 뚝뚝 흘렸어요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요
이제 긴 수업을 마쳤어요
리호, 「다리 세 개 달린 탁자」전문, 시집 『기타와 바게트』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