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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 길상호
  • 9,000원 (10%500)
  • 2019-09-30
  • : 200

반월ㆍ2 / 길상호

 

얼음 달이 녹기 시작했어요. 나와 함께 반월에 가요 달 녹은 물을 받아 마시면 반쪽 얼굴, 그늘만 무성한 숲 발길을 끊은 새들이 돌아올지 몰라요 달빛 두 줄기로 얼마 동안은 그곳까지 철길이 이어진대요 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요 역사 뒤편 야산 흑염소들이 죽은 나무들을 들이받으며 쿵. 쿵. 쿵. 밤과 낮의 박자를 되살려놓고 있어요 빛나는 두 개 뿔엔 달의 오래된 음들이 겹겹, 얼음을 깨고 다시 태어날 어린 시간을 만나러 가요 밤이 다 녹아버리고 나면 간신히 이어졌던 철길이 또 지워질지 몰라요 자, 어서 가서 우리 얼음 달의 마지막 한 방울 노래를 들어요

 

- 길상호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2019, 걷는사람)

 

*「반월」,「반월ㆍ2」,「L」,「반월 저수지」…….  반월이 많다. “반월역, 플랫폼에 내렸는데 달의 한가운데였다. 출구는 하나뿐”

그가 알고 있는 반월이 내가 알고 있는 반월과 같은 곳인지 궁금하다. 만약 같다면 플랫폼 어딘가에서 스치듯 한 번쯤 그와 마주쳤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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