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의 잠자리 / 송진권
각목을 뚫고 나온
녹슨 못 위에 잠자리 한 마리
이불을 편다
요렇게 널찍하니 좋은 데를 놔두고
다들 어디가서 주무신댜 그래
- 송진권 동시집, 『어떤 것』(2019,문학동네)에서
* 가벼움의 경지가 저 잠자리 정도는 되어야 녹슨 못 위에도 앉아볼 수 있겠다. 송진권 시인은 내가 아는 한 새를 가장 가볍게 그릴 줄 아는 시인이다. 그가 알려준 매뉴얼대로 새를 그린다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누구나 그만큼 가비얍게 새를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동시는 아슴한 추억과 슬픔이 배어 있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지나간 어떤 것들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깃들어 살고 있다는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