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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님의 서재
  • 가족각본
  • 김지혜
  • 15,300원 (10%850)
  • 2023-08-01
  • : 4,404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는

부드러운 물음표로 가득한 책

『가족각본』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유명한

김지혜 교수의 두 번째 기획


『○○각본(가족각본)』


"당신의 ○○은 정상입니까?"




창비 스위치의 『○○ 각본』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가제본 도서를 읽었다.

뒤표지에는 책의 카피이기도 한 '당신의 ○○은 정상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가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내가 비정상적으로 생각하던 게 있었나?'라는 질문을 유도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목의 ○○가 무엇인지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무언가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여기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알고 있어도 그것은 내 편견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이 용인된 반응이라고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제본 도서로는 3장까지의 내용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주제에 대해 명쾌한 답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특정 세력이나 시대가 당연시했던 관념의 오류와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그러한 관념이 타파되지 않을 이유를 나열하여 독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뜨리려고 시도한다.

1장 <며느리가 남자면 안 될까>에는 동성 연애/결혼과 가족 구성원에서 '며느리'라는 지위,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가족/사회 단위의 역할을 연결지은 내용이 있다.

저자는 유교적 가족질서가 평등을 위해 해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책에는 유독 의문문으로 끝나는 문장이 많다. 그 물음표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정상 가족'이라는 단어의 존재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다. 법적으로 묶이지 않아도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형태가 다양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출생률 하락'을 드는 세력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결혼을 막는다고 해서 동성 커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당연한 이야기다).

저자는 동성 결혼에서 시작한 발제를 혼외출생자로 확장한다. 이때까지 나는 혼외출생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인 '홍길동'이 서자라는 이야기를 하며 결혼제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아이를 안 낳을 거면 결혼은 왜 해 ?' 처럼 흔한 질문만 보아도,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마치 출산을 위한 조건인 것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출산과 양육, 그리고 모성을 신격화하는 경향이 많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보다는 가족/사회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숭고한 행위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한국사회는 아이가 살 만한 사회인지' 질의한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 단위에서부터 만연한 한국 사회의 편견'으로 읽히는데, 이 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문장이었다. 편견과 혐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 가득한 사회에서 재생산이라는 선택을 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저자는 여러 국가의 통계를 활용하며 출산을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조건이 아님을 역설한다. 우리 사회는 태어나는 모든 생명을 반갑게 여길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출생을 포용하는 사회라면 꼭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출산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저자가 짚고 넘어가는 것처럼, '만약 결혼과 출산의 절대 공식이 해체되면, 그래서 비혼가족이 많아지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간단한 몇마디로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구분하는 잣대가 유교적 가족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런 잣대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장 <초대받지 않은 탄생, 허락받지 못한 출산>에서는 사회가 생명의 탄생을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전에 읽은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의 『풍요중독사회』에서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는 상품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①예 ②아니오

부끄럽지만 나는 이때까지 1번이라고 생각해왔다. 현실적으로 양육이 어려운 여건이라면, 출산/양육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10년대 후반 우생학을 받아들이고 1933년부터 우생운동을 전개, 1973년 모자보건법 등을 통하는 등 '병이나 탈 없이 건강하고 온전한 자녀를 출산하여 질 높은 인력을 확보'하는 국가적 과제로서 출산을 장려했다.

우리는 우생학에 기반하여 '정상적'이고 '우수한' 사람이 아니면 태어날 자격이 없다는 차별을 하고 있지 않는가?


"

때때로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

재생산 권리 보장은 임신/출산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출생하는 모든 사람을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을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한다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성별 분업이나 각종 차별, 편견, 혐오가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사회의 각종 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만, 사실 모든 질문을 아우를 수 있는 대답은 '모든 사람을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하기'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태도가 아닐까 한다.

차별을 묵인하는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지배하던 ○○ 각본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연시했던 것에 균열이 없는지 돌아보고, 나의 역할을 규정하던 여러 지위를 탈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족이 각본에 불과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써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https://blog.naver.com/philip1019/22317028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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