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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님의 서재
  • 스터디 위드 X
  • 권여름 외
  • 13,050원 (10%720)
  • 2023-07-03
  • : 826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에서 출간한 공포 성장소설 앤솔러지

『스터디 위드 X』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6편의 단편소설을 완독했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6개의 소설을 만나보았다.



막연한 두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학교라는 공간과 방황하는 10대,

경쟁, 사랑, 우정 등이 어우러진

『스터디 위드 X』.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학생과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에게 모두 추천한다.

학생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함을,

어른이라면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었던 향수를

진하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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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터디 위드 미>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스터디 위드 미>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공부 브이로그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소설이다.


소연은 전교 1등 수아의 공부 브이로그를 보다

귀신이 붙은 것을 알고 수아에게 그것을 귀띔해준다.

하지만 수아는 자신이 조회수를 위해 귀신을 합성한 것이라 하고,

소연은 자신이 본 귀신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는 것을

말하지 못한 채 이야기는 찜찜하게 끝난다.

전교 1등과 귀신이라는 흔한 소재를 차용했지만,

공부로만 성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더 큰 욕망을 지닌 수아의 모습이 신선했다.

중간에 소연의 짝꿍이 수아를 저주하는 듯한 암시가 있는데,

이에 대한 부분은 더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단편 공포소설답게 다 완결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독자에게 공포감을 주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요즘 트렌드 중 하나인 '공부 브이로그'를

소재로 하며 진부한 괴담 형식을 비튼 것 같다.

진짜 귀신이 붙은 수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비단 공부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상대를 짓밟으며 무한 경쟁해야 하는

요즘 사회에 대한 비판이 느껴지기도 했다.




02. <카톡 감옥>


두 번째 작품은 <카톡 감옥>이다.

'카톡 감옥'이라고 하면 2010년대 초중반쯤에,

즉 카톡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괴담처럼 떠돌았던

'나갈 수 없는 채팅방'이 생각난다.

쏘우 프사를 한 사람이 아무나 초대하고

버그를 이용해서 채팅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되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채팅방에 초대한 적이 있어서

멀지만은 않은 소재로 느껴졌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터디 위드 X』에 실린 이야기 중

제일 무섭고 현실적이다..

공포 별 다섯 개!

학교폭력을 당하던 주인공 정준우는

교과서를 받으러 간 날 도상현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반 단톡에서 도상현으로 추정되는 D라는 사람을 찾아

메신저로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배경이 코로나19여서 비대면 재택수업을 하기 때문에

정준우와 도상현은 첫 만남 이후 만나는 일 없이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서로의 깊은 이야기까지 하게 되고,

D는 정준우에게 학교폭력을 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복수해주겠다며 카톡 감옥을 만든다.

아무리 나가도 계속 초대되는 카톡 감옥에서

D는 혐오스럽고 잔인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괴롭힌다.


그러다가 간헐적으로 카톡 감옥에서 탈옥할 기회를 주겠다며

반성의 기회를 주고,

실제로 반성의 기미를 보인 아이들은

카톡 감옥에서 나갈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정준우는 담임의 공지를 통해

D가 자신이 본 도상현이 아닌 것을 알게 되고,

정준우는 D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한다.

D는 의외로 쉽게 카톡 계정을 없애버리고

정준우 앞에서 사라진다.

자신을 가장 괴롭히던 강병세와 단둘이 카톡 감옥에 남아있던 정준우는

이때까지 D가 보냈던 영상을 클릭하가

강병세가 목매달아 죽은 영상을 보게 되고,

그 순간 이때까지 카톡을 읽지 않던 강병세 때문에

남아있던 1이 사라지며

'ㅋㅋㅋㅋ'하는 메시지가 온다.

강병세는 예전에 죽었고

D가 강병세의 계정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D가 이제는 정준우를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D의 카톡 감옥을 통해 이루어졌던 정준우의 복수는

이제 스스로를 향하는 것이다.

'카톡 감옥'이라는 소재와

정체불명의 인물을 통한 복수가 소름끼쳤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메신저가 되어버린

카카오톡을 통해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단순 '괴담'의 느낌이 아니라

'공포'에 가장 밀접했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정말 언제든지 학교폭력의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까지.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비대면 수업,

온라인으로 친분을 쌓는 학생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겹친 스토리라인이 흡인력 있었다.

※다만, D가 카톡방에 보내는 사진/영상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할 수 있으니 읽을 때 주의.






03. <벗어나고 싶어서>


두 번째 작품 <카톡 감옥>이 매운맛이었다면

세 번째 작품 <벗어나고 싶어서>는 순한맛이다.


​이 소설은 공포보다 슬픔을 주제로 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과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들,

하지 못한 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벗어나고 싶어서>의 가장 무서운 것은

죽어서도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닐까..

한 편의 서글픈 동화 같은 내용과 묘사였다.







04. <영고 1830>


영홍고등학교 1학년 8반 30번에게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

영고는 성적순으로 반/번호를 부여해서

1830은 영고 입학생 중 꼴찌인 학생이다.

꼴찌로 입학해 영고 1830이 된 양희준은

책상에 앉아있을 때마다 고통을 느끼고,

성적은 오르지 않은 채 계속 1830이다.

강압적인 아버지와도 갈등하던 양희준은

1830의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이 쓰던 책상을 버리려고 옥상에 올라간다.

하지만 옥상에서 책상을 버리려던 양희준은

자신이 떨어지고,

양희준과의 몸싸움으로 인해 혼수상태였던 영고 이사장이

그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어른들의 기대와 사회적 압박 속에

몸과 마음이 망가질 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영고 1830>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건

'1830이 너만 아니면 되니까 공부해'라고 하는 어른들이나,

'나만 1830이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학생들이었다.

양희준이 영고 1830의 저주를 깨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양희준이 죽고 이사장이 깨어나는 것으로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입시제도는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결말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양희준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이었으면 어떨까 싶다.






05. <그런 애>


<그런 애>는 타인의 욕망을 '구멍'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메타포 가득한 소설이다.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SNS에 자신의 신체나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 올리는

학생이 등장한다.


SNS의 자극적인 사진에 관심을 주는 주체도,

소문으로 특정인을 괴롭히는 주체도,

그리고 그런 괴롭힘을 당연하게 여기는 주체도

모두 '익명'이다.

이 소설에서 '구멍'은 욕망을 분출하는 익명의 배출구로 작용한다.

배우 지망생인 솔희가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도 나온다. 외모로 인해 건강을 해칠 만큼

다이어트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 같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은 예나와 솔희가 '지니의 구멍'을 태우는 것으로 끝난다.

'누군가의 욕망을 받아 내는 쓰레기통'은

솔희가 자신의 신체를 긍정하고 싶어 시작했던

트위터 노출 계정이기도 하고,

부풀려진 소문으로 인해 고통받는 희생양이기도 하며

학생들이 소중한 것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구멍에 사는

여자 귀신이기도 하다.

의미를 확장하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강요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 모두를 뜻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런 애'로 낙인찍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비판과

내가 나임을 받아들여 자유로워지는 것의 가치가 아닐까?






06. <하수구 아이>

<하수구 아이>는 학교폭력을 가장 밀접하게

다루고 있고, 특히 '방관자'의 태도를 반성하게 한다.

'피디'로 불리는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이 흥미로웠다.


<하수구 아이>뿐만 아니라 『스터디 위드 X』에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다.

<하수구 아이>는 앤솔러지에 있는 소설 중에서

가장 오락성 낮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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