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책의 1부는 저자가 돼지를 데려와 키우는 내용으로, 2부는 키운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와 공장식 축산의 현주소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돼지를 키우고 책을 쓰게 된 이유가 프롤로그에 제시되어 있다.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이것은 채식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거치는 아이러니적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저자는 담담하고 유쾌한 문체로 1부와 2부를 전개한다. 생동감 있는 문장과 그림은 저자의 돼지우리를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오염은 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염은 동물을 '과도하게 밀집시켜' 키우면서 생겨난다. 인간은 돼지를 먹는다. 그럼 돼지는? 나는 돼지가 무엇을 먹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세계 농지의 83퍼센트는 가축을 기르고 먹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환경과 인간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책처럼 '돼지와 내 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동물은 인간에게 값싼 고기만 제공하면 되는 공산품'이 아니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돼지를 잡는 내용이 나온다. '어떤 예의'. 이 말은 책장을 넘기는 손길을 멈추게 했다. 저자는 돼지를 키움으로써 도축할 때의 '어떤 예의'를 가질 수 있었다.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완전히 육류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어려운 다짐이나 그런 것이 무슨 가치가 있냐는 회의적인 질문이 아니라, 육류를 소비함에 있어 '어떤 예의'를 갖추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