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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님의 서재
  •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 12,600원 (10%700)
  • 2007-05-18
  • : 32,310

전달자 -로리스 로리

‘늘 같음 상태’인 마을이 있다. 추위, 더위, 배고픔, 고통, 전쟁도 없다. 맑음 외에는 눈도 비도 없다. 동물, 심지어는 음악, 색채, 외로움, 고독, 어떤 선택도, 심지어는 사랑도, 향유할 수 있는 그 어떤 문화도, 과거에 대한 기억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모든게 그저 (국가에서) 주어질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기본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집, 가구, 음식, 옷 등은 모두 배급된다.

직업(직위)은 원로위원회에서 관찰하여 12살이 되면 적성에 따라 정해준다. 항소 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은 따른다. 여러가지 직위 중 가장 특별한 직위는 ‘기억보유자’다. 기억전달자로부터 전 인류의 기억을 전달받게 된다.

연애감정이란 있을 수 없고 결혼도 자신의 의사나 선택이 아니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어울릴만한 사람을 정해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정해준다. 자녀를 출산하는게 아니라 출산자는 따로 직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들, 딸 한 명씩을 배정받는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몸무게가 적은 아이는 ‘임무해제’되고, 노인이 되면 노인들의 집으로 분류되어 언젠가는 ‘임무해제’된다. 또한 타인에게 큰 피해가 가는 범죄를 3번 범하면 ‘임무해제’된다. 눈을 맞는 느낌. 햇볕을 쬐는 느낌, 썰매를 타는 즐거움, 평안함, 행복함, 가족과 함께하는 따듯함. 기억보유자로 선정된 조너스는 이런 것들이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 감정뿐만이 아니라 전쟁, 살육 등등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힘겹게 체험한다. ‘기억보유자’에게 전달된 기억은 ‘기억 전달자’에게는 지워져 버린다. 그러므로 기억 보유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인류 중 그 누구도 기억을 보유 할 수 없게 되며 만약 조너스에게 이미 전달된 기억을 거부한다면 이 기억들은 사람들에게 나눠져버리고 ‘늘 같음 상태’가 파괴 될 것이기에 원로위원회에서는 철저하게 통제한다.

하지만 기억을 전달받은 조너스는 다른 사람들도 그 기억들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탈출을 꿈꾼다. 그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조너스에게 내장된 기억은 지워지고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시스템화 되어있다.

임무해제란 즉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된 조너스는 몸무게가 적어서 곧 임무해제가 예정되어 있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지금까지 한번도 간 본 적이 없는 다른 세계로 탈출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 추위, 육체의 고통 등을 느끼게 되지만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은 색채가 있고, 감정이 있고, 음악이 있는 곳이다. 결국 매우 힘들게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인간을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통제하는 내용에서 베르베르의 제3인류가 연상된다.

체제순응형에게는 ‘늘 같음 상태’가 적합할까? 하지만 체제거부형이나 예술가기질형에게는 질식할 공간이다. 감정없이 생명만 가능한 곳, 우성의 형질만이 살아 남겨져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한 아이나 반항적인 성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인 등은 즉시 ‘임무해제’ 되는 곳은 끔찍하다.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어쩐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상이기도하다. 가끔은 상상하기도 했다.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가 아닌 위아래 30% 정도는 제거된 평균율로 안정된 40%의 사회를... 하지만 그 통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극단의 허구를 통해 알았다.

 

기성세대는 결국 퇴화하는 ‘기억전달자’이고, 아이들은 진화하는 ‘기억보유자’이지 않을까? 자신과 타자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전수하고 인류의 바람직한 아픔이든 기쁨이든 삶의 경험들을 고스란히 전수해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여서 ‘보유’해야 할 것 인지, 기성세대로서의 신중한 자문을 던져보게 한다. ‘전달자’, 충격 속에서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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