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제목에서 뭔가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마치 끝까지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의미로 새겨져서 연말연시의 새로운 각오와 어울릴것만 같아서 고른 책이다.
3명의 화자가 있다.
미라 : 남편이 사고로 죽자 삶의 의미와 의욕을 부려버린 엄마 애자를대신해 동생 나나의 언니로 삶을 지나온 여자.
나나 : 아빠가 사고로 죽자 자식부양의 의미도 놓아버려 언니 미라와 단짝같은 생을 함께하나 임신을 하게된다. 하지만 가치관이 다른 남자친구와는 굳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
나기 : 미라, 나나 자매와 유년시절 이상항 형태의 지하방 이웃으로 함께 살았던 인연으로 미라의 유일한 친구이자 나나가 아이 아빠가 되길 바랬던 남자. 본인은 정작 동성친구를 좋아해 평생을 연애 한번 하지 않은 평범한 요리사.
3명이서 유년시절부터 성년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억에 지워지지 않았거나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뱉는 형식인데 굳이 상호연과성이 없다.
자주 지루하고, 잠시 반짝이다 결국을 실망으로 덮게된다. 이야기 말미에 계속해보겠습니다. 하며 내용을 이어가는데 마지막 끝 문장도 계속해보겠습니다. 라고 쓰고 계속하지 않고 끝난다.
물론 인간의 삶이란 어떠한 방식이나 어떠한 이유에서도 계속해보겠습니다 라는 의지를 전하고자 라는 의미로 전달되긴 했다.
끝장의 문장이 더구나 마음에 차올랐다.
“인간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북디렉터들도 느낌은 비슷한지 표지 홍보용으로 카피되어 있다. 나 또한 하찮은이라 그 문장이 이슬비처럼 가슴으로 가라앉았다. 고결하지도 위대하지도 못하고 하찮지만 오늘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다 읽고 찾아보니 이 풋풋한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다 읽고 난 후 ‘지나친 존재의 가벼움’이 느껴져서 검색해보았더니 33세의 전도유망한 작가다. ‘감기’의 윤성희 작가나 ‘혀’의 주이란 작가처럼 통통튀는 물방울 같은 제기발랄함은 있으나 소설은 애우 가볍다. (30세 이전은 어쩔지 모르나 40세 이후에겐 비추)
몇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해 놓은 듯, 신변잡기를 벌려놓은 듯, 말꼬리잡기 놀이 정도랄까.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벌써 몇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