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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별의 책꽂이
  •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김준태
  • 16,200원 (10%900)
  • 2025-04-18
  • : 850


얼마 전 SNS에서 너도나도 따라 했던 유행이 있었다.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사진을 맡기면,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속 인물처럼 변환해 주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수많은 이들이 “지브리 세계 속의 나”를 경험하며 환호했다.

SNS 속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이 지브리 이미지로 바뀌어갈 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AI가 감성을 흉내 내고, 상상력을 이미지로 구현해 내는 시대.

그렇다면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으로 남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답을 내놓고 있다.

김준태의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은 놀랍게도 2500년 전 공자의 사상을 다시 꺼내든다.

 

그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고전 『논어』로부터 답을 찾아가고 있다.

작가는 이미 AI 시대가 도래했고 세상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는데, 인간의 정신은 아직 새로운 변화에 완전히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공자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전통이 붕괴되고 가치가 혼란해진 시대였다.

그는 그 시대에 등장하여 '인의예지'라는 도덕적 가치들을 통해 인간 중심 질서를 복원하려고 했었다.

이렇게 말하니 AI 시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인간의 가치와 윤리가 새로운 시대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논어』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시각과 성찰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고전들도 많지만 특히 『논어』가 지금 이 시대에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어』 속 공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공자는 그 누구보다도 사람의 문제를 고민했었다.

그가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하던 '군자(君子)'는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관계 속에서 어떻게 품위 있게 살 것이며, 무엇이 옳다고 판단할지, 어떻게 평생 배울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존재였다.

작가는 공자의 가르침인 '인의예지'를 각각 사람다움, 올바름, 관계, 배움으로 연결했고,

마지막에는 삶이라는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갈 때 필요한 자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1. 인

AI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은 'AI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작가는 '인(仁)'에서 사람다움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공자가 말하는 인(仁)은 '공감과 사랑'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끌리던 개념도 바로 '인(仁)'이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어떤 책을 읽어도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에 대한 구체적 실천 양식, 다시 말해 개인 고유의 경험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살신성인의 정신, 공감 능력,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안되는지 알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태도, 윤리적 태도, 다정함을 통해 인의 정신을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흉내 낼 수 있어도, 진짜 공감하고 사랑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다움'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 공자의 '인'이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2. 의

작가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을 '의(義)'에서 찾았다.

그는 기본과 양심, 공동선, 책임, 신중과 절제, 삶에 대한 충실함, 용기 등 을 강조했다.

공자에게 '의(義)'는 단순한 도덕률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이 상황 속에서 스스로 내려야 하는 올바른 선택의 기준이었다.

AI는 어떤 가치를 두고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AI가 어느 날 인공지능의 특이점을 넘어서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AI가 스스로 가치를 두고 옳고 그름, 진짜와 가짜를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이 습득한 윤리 모델과 알고리즘에 따라 가장 '그럴듯한 판단처럼 보이는'결과를 생성하는 수준이다.

AI는 사전에 미리 설정된 규칙과 데이터로부터 계산된 결과만을 보여준다.

진짜로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는 존재는 직접 사유하고, 책임지고, 결정하는 존재, 인간뿐이다.

 

​나는 작가가 말한 여러 내용 중 특히 '기본과 양심'이 제일 와닿았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선택을 할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내가 무엇을 가장 본질로 둘 것이냐 하는 것과,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리고 이 결정을 내릴 때 내가 부끄럽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3. 예

작가는 '예(禮)'를 '관계로 연결했다. 공자는 예를 무척 중요시했다.

공자의 '예'에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의리(義理)가 포함되어 있다.

이 점들은 시대와 사회가 달라져도 언제나 통하는 내용인 것 같다.

AI 시대든 아니든, 인간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았다.

 

19세기 ~20세기 수많은 문학작품과 철학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이 괴로워했던 이유도 바로 고독과 소외감,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실존의 고통이 아니었던가?

AI 시대는 인간이 산업시대, 자본주의 시대보다도 더욱 소외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예'는 관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정하고,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으며, '예'는 자신의 위치에서 품격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AI 시대일수록 사람 사이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4. 지

AI시대에 지식의 암기만으로는 우리의 배움이 한계를 드러낸다.

이제는 평생 배워야 하고,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판단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질문자의 수준에 따라 이용자가 체감하는 업무 효율 면에서도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따로 생겼을 정도로, AI에게 어떻게 묻느냐가 경쟁력의 차이를 만든다.

 

공자가 말하는 '지(知)'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공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 보다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느냐를 더 중요시 생각했다.

그가 말한 '익힌다(習)'는 암기한 지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진짜 삶의 맥락에 적용할 줄 알고, 자신이 아는 것을 잘 연결할 줄 알며, 잘 질문할 줄 아는 것이었다.

AI 시대에는 스스로 배움을 설정하고 질문을 던지며 삶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5. 삶

김준태 작가는 이 책의 마지막에 '삶'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존재이니, 어떻게 AI 시대에 우리의 삶을 대해야 할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를 추가적으로 말한다.

AI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이제 바꿀 수 없는 현실이며 미래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학습시키고 프로그래밍 할지, AI가 주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역량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가짜 뉴스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어떻게 AI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여 미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개인적으로 '인의예지'의 마지막에 '삶'이라는 주제를 덧붙인 점이 이 책의 여러 장점 중 한 가지라 생각했다.

AI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이냐 하는 질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윤리'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것이다.

인간답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으로 주체적으로 사랑 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은 나의 바람에 대한 답을 마지막 장을 읽으며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다.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은 단순히 고전을 현대에 끌어온 책이 아니었다.

 

​진보하는 기술의 시대에 '사람다움'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한 책이었다.

김준태 작가는 『논어』의 문장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어주었고,

나는 그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오래된 지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논어』는 여전히 살아 있고,

이 책은 그 고전을 오늘의 질문과 연결해 다시 숨 쉬게 만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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