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고대에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도서관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시 세계 지식의 중심지였다.
알렉산드리아의 서고에는 엄청난 책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찬찬한 헬레니즘 문화의 발전과 함께 도서관은 성장했고, 화재로 사라지게 된 배경으로 정치적 상황과 전쟁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 서고 안의 찬란한 고대 지식들이 소실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인류는 조금 다른 모습의 문명을 만들 수 있었을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에는 그 시대가 묻어나고, 역사의 흐름과 함께한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 동네에는 음악전문 도서관이 한 곳 있는데, 일반 서고뿐 아니라 다양한 클래식 음반 DVD 대여와, 정기문화공연까지 함께 하는 곳이다.
음악뿐 아니라 우리 지역(신도시)의 각 지구별 도서관은 영어원서 전문/어린이 전문/장애인 친화 등 각자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이것은 지금 시대가 도서관이 단지 아카이브의 공간으로 역할을 한정 짓지 않고, 문화의 장으로까지 확장되길 바라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도서관도 이에 맞추어 발전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의 우리 도서관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들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도서관이 정말 많고 그중에서는 우리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와 함께한 역사 깊은 도서관들도 많다.
이 책은 그런 도서관 30개를 추려 탐색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책이다.
도서관의 숨겨진 역사적, 정치적 사건의 순간들.
나에게 낯익은 몇몇 도서관들은 그 흥미로움이 더 배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1부. 도서관의 정치학> 은 정치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이야기한다.
<2부. 혁명과 민주화 투쟁의 모대>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투쟁 무대로서의 도서관의 이야기이다.
<3부. 제국에서 민국까지. 국가 도서관 이야기>는 국가의 권력에 의해서 설립된 국가 도서관 이야기가.
마지막 <4부.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에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도서관이 없었을까?
아니다. 우리에게도 역사깊은 도서관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성균관이라는 최고 교육기관이 고려 시대부터 있었고, 그곳에는 존경각이라는 도서관이 있었다.
존경각은 조선 성종 때 설치되었고, 유교 서적이 주로 보관되어 있다가 고종 때가 돼서야 사서오경 외에 근대 학문들, 역사, 지리, 수학 등의 책을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존경각의 역사는 유학의 발전과 함께 했고, 양반과 유생들을 위한 곳이었기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가했다.
지배층을 위한 도서관이었다.
조선왕조가 무너지면서 성균관의 역사와 전통은 끊겼고, 이곳의 수많은 책들은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으로 옮겨졌다.일제 식민시대를 거치며 성균관은 친일파의 소굴로 변질되었고, 존경각은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광복 이후 성균관 대학이 들어서며 존경각은 다시 대학도서관이 되었다.
이후 6·25를 겪은 뒤 건물과 장서가 손상되었으나 이후 복구과정을 거치고, 새롭게 건물을 신축개관 한 뒤로
현재의 성균관대학교의 중앙학술정보관이 되었다.
한 곳의 도서관만 들여다 봐도 복잡한 시대의 흐름속에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어야 했을지가 느껴진다.
경복궁 집옥재와 덕수궁 중명전(옛, 경운궁 수옥헌)만 봐도 다사다난했다.
책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진 고종은 경복궁 집옥재에 많은 책을 소장했다고 한다.
아관파천 이후 경복궁을 떠나야 했던 고종은 수옥헌을 짓고 왕립도서관으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화재로 인해 서적들이 다 불타버렸다.
읽다보면 맨날 불타고, 부서지고, 뺏기고...우리의 근현대사는 도서관을 가만두질 않았다.
치욕적인 역사 현장, 을사늑약도 바로 이 수옥헌, 현재의 덕수궁 중명전에서 이루어졌다.
국권을 잃어야 했던 역사적 현장이 도서관이었다.
이후 근현대사의 파도 속에서 도서관은 친일파(옛 경성 도서관, 현 종로도서관)와 독재자의 손에 운명이 달려있기도 했고(정독도서관, 용산도서관), 일제 식민통치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한국전쟁과 유신정권, 군부독재 산하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자리를 옮기거나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독재정부에 도서관 이름(대전 우남 도서관, 중앙대 우남 기념 도서관, 모두 이승만에게 바쳤다) 을 바친 이들도 있었고, 4·19,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한 민주화 운동들과 함께 한 도서관도 있었다.
특히 익숙한 도서관의 숨은 정치적 이야기를 발견할 때, 놀라움이 컸다.
개인적으로 남편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도서관이 정독도서관이고, 나와 함께 가서 책을 읽고 싶다고 요 근래 말한 적이 있는데, 정독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니 흥미로워했다.
어렴풋이 자신이 알고 있던 정독도서관의 역사와 흔적을 책과 비교해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광주에서 자랐기 때문에 광주의 도서관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평화로운 시기에 편하게 이용했던 그 시절의 도서관들이 이렇게 아픈 항쟁의 역사 속에 함께 했다는 사실이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기면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이 책에 나오는 전국 방방곡곡의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그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 생겼다.
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지만, 친숙한 도서관부터 찾아 읽었지만 점차 다른 도서관에 대한 흥미까지 불러온 책이었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지식의 창고가 아니다.
역사와 정치, 시대정신, 그리고 문화가 함께 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고 있다.
책 읽는 사람은 줄었다고 하지만, 도서관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공도서관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유럽과 북미중심으로 설립되다가, 전 세계적으로는 20세기 이후에 이루어졌다.
과거의 도서관은 사실 지배층의 유산이었다.
이제 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평생학습을 담당한다.
또 앞서 우리동네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말했듯, 문화 교류의 공간이 되었다.
미래의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이번에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겪으며, 시민들이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민주주의가치를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장이 학교와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생각해보았다.
혹시 탄핵이 기각되고 계엄이 또 내려진다면, 앞으로의 도서관은 또다시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지, 민주주의 투쟁 무대가 될지 선택해야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고대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도서관들은 오랫동안 남아 앞으로도 시대와 함께 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곳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