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 작가의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열세 살에 조현병을 진단 받은 아들 '나무'와 그 가족의 18년 투병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나는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 잘 알고 있다.
학부시절 실제로 조현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개방병동에서 실습하며 환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조현병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강한 질병 중 하나이다.
물론 조현병 환자를 단 하나의 성향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내가 그때 만났던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과 열심히 싸우며 치료에 성실히 임했고, 사회복귀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실습생 신분으로 그들을 대할 때, 환자의 망상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고, 혹시라도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순간이 있었다. 질병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사회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고맙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의 긴 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보며, 우리가 가진 편견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정신 질환이다.
작가 윤서의 아들 '나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1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한다는 소아조현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정신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고, 부모는 아이의 증상을 지켜보며 수없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부모로써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감히 백프로 그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나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의 질병과 함께 하는 18년 동안, 윤서 작가는 어떻게든 삶 밖으로 튕겨지지 않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무'씨는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했다.
'엄마'라는 존재가 망상의 대상이 되고, 혼란과 공포 속에서 흔들리는 아이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 그 절망속에서도 엄마는 언제나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 버텨내야만 했다.
조현병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협받지 않은 일상의 유지, 그리고 가족들의 지지와 위로일 것이다.
저자는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겪는 '독박 돌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다.
자녀의 병을 부모가 책임지고 치료에 매달리지만, 조현병은 완치가 어렵다.
병의 증상을 줄이고, 사회로의 복귀를 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몹시 지난하고, 가족들의 일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는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상처는 점점 깊어간다.
나무의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 이 조현병 환자의 가족으로 받은 상처와 회복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생계유지와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을 떠안은 가장, 그리고 주 간병인으로서의 부담과 죄책감에 시달린 엄마, 아픈 형제로 인해 소외받는 다른 형제의 상처.
그 모든 어려움에 이 가족이 꺾일까봐 걱정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다행히 가족들은 고통의 파도를 함께 넘으며 일상 속에서 각자의 삶을 만들어나갔다.
실제 조현병 환자의 돌봄은 가족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조현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자 또한 한 명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받지 않고 적절한 돌봄을 받으며 자신의 몫을 해내도록 안전한 사회복지망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책에서는 조현병 발병 초기의 혼란부터 입퇴원을 반복하는 치료의 과정, 보호병동 생활, 그리고 전기자극치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또한 조현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무엇보다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을 향한 편견과 두려움을 거두어주라고 호소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가 접하는 조현병 관련 뉴스는 대부분 사건사고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위협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조현병 환자 가족들이 겪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것들을 더 많이 느꼈다.
나무씨의 가족은 오랜 투병의 시간을 함께 견디며 더욱 단단해졌고, 앞으로도 서로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해졌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기회가 되기를, 그리고 그 속에 놓인 희망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