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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별의 책꽂이
  • 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김녹두
  • 18,000원 (10%1,000)
  • 2024-12-20
  • : 1,079

우리는 모두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 이것은 삶의 절대 명제 중 하나이다.

몸이 늙어가는 건 싫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은 나이 듦의 얼마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다.

늙어간다는 것을 매 순간 인식하고 있지 않더라도

주름과 건조함으로 피부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보습과 탄력, 주름개선에 효과적인 화장품을 고르고, 안 그래도 점점 더 가늘어지고 숱이 없어지는 모발인데 흰머리까지 잔뜩 눈에 띄고,

약통의 설명서를 읽던 중 남편과 나 둘 다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손을 쭉 뻗어 약통을 멀리하며 초점을 맞추다가 동시에 서로의 노안을 마주하고 서글픈 웃음이 빵 터졌을 때,

말하려고 하는 단어가 머리끝을 간지럽혀 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을 때,

건강검진 결과에 '주의'니 '경계'니 하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이상 항목이 작년보다 하나 더 늘었을 때,

나와 주변인들의 상실의 경험이 쌓이고 서로의 슬픔에 공감해 주는 일이 많아지고, 요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한 박자 늦어질 때면 나는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는다.

아직은 40대 초반의 나이라도 늙어감에 대한 실제적 경험의 기회는 많다.

"어떻게 해, 우리 늙었나 봐"라는 말이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걸 보면, 늙어감의 경험은 누구나 수시로 겪는 일 중 하나이다.

딱히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20대의 싱그러움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50대가 오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춰보고 싶지만, 내 힘으로 단 1초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나이 듦의 속성이다.

신체적인 노화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해진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 김녹두 작가는 이 책에서 나이 듦에 잘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화를 상실과 쇠퇴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여기라 말한다. 그래서 삶을 성장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성장과 자기실현의 기회가 된다. 독자들이 자신에게 던져진 삶의 과제들을 현명하게 대하는 지혜를 갖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저자가 30년간 자신의 진료실에서 만났던 사례들을 들며 이야기한다.


1장 성장은 상실을 앞세우고 찾아온다에서는 나이 듦에 대해 대한 새로운 측면, 나이 듦을 상실과 쇠퇴가 아니라 성장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라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나이 들 것인지 삶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2장 다시 푸는 관계의 방정식은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그중 하나가 바로 관계다. 어떤 이들과 중요한 관계를 맺어 서로 사랑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생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의 연결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기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자 더 의미 있는 삶의 핵심이다.

있는 그대로의 늙어가는 나를 받아들이고, 나와 대화하고, 자녀와 부부, 사별과 이혼, 부모와 형제 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엮고 풀어나갈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보다 질이다.

책 속에 소개되는 여러 관계에 나를 대입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자체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삶의 후반기에는 나를 불편하게 하고 소모시키는 관계보다, 서로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관계를 중심으로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나이가 들며 고립되는 것을 경계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관계를 정리하고 이별하는 것도 나이 들면서 경험하는 관계의 중요한 속성이다. 모든 관계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관계가 끝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 그 관계가 나에게 준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3장 지혜와 감정의 성장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경험과 성찰을 통해 지혜가 더욱 깊어지고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반드시 반성적 사고와 학습, 타인에 대한 감정적 공감과 이해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짚어준다.


마지막 4장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다. 죽음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수단이며, 우리가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한다.

책의 마지막, 좋은 삶은 좋은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단계이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지금 삶의 태도가 결정되기도 한다. 죽음을 삶을 아름답게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라 여기고 매일 매 순간 자신을 믿고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자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책은 특히 50대 60대가 노화에 따른 삶의 성장의 기회, 관계의 재정립, 내면의 성숙, 죽음에 대한 수용과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 등의 다양한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심리학 책에 가깝다. 그러나 꼭 그 세대가 아니라도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노화와 죽음에 수렴한다.

어느 한 사람도 예외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며 자신이 맺은 관계를 돌아보고, 삶을 이해하고 좋을 가이드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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