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그 이유를 고민하다 보면, 진짜 '나'를 알게 되고 내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단순하게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의 불편함과 거부감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눈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무엇을 깨달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싫은 걸까?'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움 앞에서 작가는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작가로서 사는 고단함, 할머니와 엄마의 유별남, 동거인과의 일상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솔직하게 털어낸다.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주를 보러 갔지만, 별거 없다는 말에 오기와 반발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의지를 재확인했던 일화, 동네 서점에서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랐지만 끝끝내 관심받지 못했던 중인배의 이야기, 냉장고 수리기사와의 대화, 할머니의 에르메스 이야기에서는 위트 있는 문장에 많은 공감을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반지하 계단의 낙차의 무게를 견뎌야 했고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야기, 딥페이크 피해자였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이야기, 양극성장애를 진단받은 동생과 반려견 이야기,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마음이 쿡 아리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각각 한편의 단순 일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그때 느꼈던 섬세하고 복잡한 인간 감정을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할머니, 엄마, 동생의 삶까지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은 사랑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신을 아끼고 다독이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
할머니와 엄마로, 자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며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아주는 어른들의 사랑,
마음이 아픈 동생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후회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언니의 사랑,
앞으로 많이 타협하고 위로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거인과의 사랑,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문장 곳곳에 묻어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모난 마음, 자격지심, 열등감, 부러움, 질투심으로 힘들어할 때가 종종 있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속 근원에서 밀려오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대할 때, 너그럽게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는 호탕한 대인배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나를 그렇게 만드는 대상 앞에서는 절대 나 자신을 찌질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싫어한다거나 관심 없다는 팻말을 먼저 달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의 불편한 감정들은 나의 삶의 맥락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자신의 삶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법을 보여준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이제는 내가 좋고 싫음의 경계를 보다 분명히 알아가고 있고,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더 생겼다는 점인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젊을 때의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나는 좀 더 현명하게 내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삶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설명되지 않은 자신의 낯선 감정을 만날 때,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