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환경 위기라는 말은 귀가 아프게 듣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하는 실천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딱히 많지 않다. 일회용 컵 대신 도자기 컵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배달을 시킬 땐(배달을 줄이는 게 우선이겠지만) 일회용 식기류를 빼달라고 하는 것,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을 분리수거일에 잘 내놓는 것, 쓰지 않는 전기 버튼은 꺼두려고 노력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손가락 다섯 개를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실천력이 떨어진다.
20년 차 환경작가 앞에서는 나의 몇 안 되는 실천 행동마저도 초라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환경작가 박경화의 『이번 생은 초록빛』을 읽으며 만약 환경을 위한 실천 행동을 점수를 매겨 시험을 본다면 나는 거의 낙제생이겠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환경작가라고 불리려면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나 보다 싶은 에피소드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일상 밀착 단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아끼고 사셨던 우리 엄마, 시어머니의 모습이 작가보다 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면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피식 나온다.
환경을 위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하게 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다음날 새벽이면 현관문 앞에 물건이 배달되는 요즘의 시대는 오래 쓰고, 나눠쓰고, 아껴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마음인 것 같다.
쉽게 살 수 있으니 쉽게 버리게 되고, 내일이 되면 오늘 사용 중인 물건보다 조금 더 편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편하게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을.
가진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아낄 줄 아는 마음,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노력이 따라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이었다.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그 행위 이전에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쓰임을 다하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글을 읽는 동안 오롯이 전달되었다.
에세이 한 권을 읽으며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을 맴도는 건 오랜만이었다.
누군가는 궁상맞게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면 환경을 위한 실천방법들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고, 남들보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말마따나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을 하기에 앞서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먼저다.
친환경 라이프 실천 에세이 박경화의 『이번 생은 초록빛』을 읽으며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사는 작가 자신의 일상을 아주 솔직하게, 친절하고 꾸밈없이 보여준다.
환경위기에 대해 나는 어떤 거창한 문장은 남기지 못하겠다.
다만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초록빛 가득한 작가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물들어가길...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의 삶도, 내 주변의 삶들도 조금씩 초록빛으로 빛나길 바라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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