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표지에 발칙한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불온'한 '공익'이라니.
'공익'은 공동체 다수의 이익일 텐데 어떻게 '불온'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펼친 책.
여기에서 '불온'하다는 단어에는 아직 '공익'이 되지 못한 어떤 '사익 투쟁 행위'들이
기존의 사회집단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혹은 위협하지 않고 안전하게 '공익'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담겨있다.
이 책은 현직 '공익·인권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류하경'변호사의 '공익이 되고자 하는 불온한 사익 투쟁기'이다.
공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면 ‘사회 공동체 다수의 이익’을 말하지만 이것이 곧 사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가 누구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이익들을 말하는지, 사회적으로 그 행위를 공익으로 인정할 만한 것인지에 따라 ‘공익’이 될지 한 집단의 ‘이기적인 사익’추구 행위로 불릴지 달라지게 된다.
나는 그동안 ‘공익’이라는 개념이 사회의 발전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허용해 주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상당히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공익을 추구하다 보면 대립하게 되는 집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집단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면서라도 꼭 보장해 주어야 할 ‘사회적인 가치’가 내가 생각하는 공익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대체적으로 ‘인권, 평등, 공정’의 단어를 입힌 것들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어떤 특정 집단이 아닌 대다수의 보편적 인구 집단의 것들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의 이익 추구 행위는 공익이 될 수 있을까?
뉴스에서 종종 들려오는 누군가의 투쟁 이야기들, 예를 들면 철거민, 경비 노동자나 청소노동자, 거리 노점 상인들의 투쟁, 일하다 죽은 이들의 산재 인정 투쟁과 각종 노조 시위들이 ‘공익’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공익’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위험하지 않다고 보고 허용하는 사익’이라고 정리하며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사례들이 공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공익으로 인정받기 위한 어떤 사익들은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하고, 불편감을 불러올 수 있다.
사회적 합의와 연대만으로 공익을 인정받기란 힘들다.
다수의 집단에서는 자신들의 이익과 안정을 위협하는 누군가의 공익 추구 행위를 ‘불온’하게 여기기도 한다.
특히 이 책의 2장 <무엇이 공익인가>에서 ‘공익·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저자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그 ‘불온한 사익 투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써 내려갔다.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그동안 이러한 문제들을 불온한 시각으로 바라보았거나 혹은 무심한 시각(이 편이 훨씬 가까웠던 것 같다)으로 공익과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공익의 선을 넘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에만 기대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고 이타적이지 않다. 때로는 헌법에 기대어 타당한 법적 근거를 손에 쥐어야만 비로소 남들의 인정을 (그나마 강제적으로라도) 받을 수 있었다. 당연한 듯 보이는 권리를 주장하고, 인정받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 과정을 혼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2장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공익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에는 반드시 사회적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힘든 투쟁의 결과로 우리 사회는 '공익'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법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뉴스에서 한 번쯤 다 보았던 사건들의 법정 다툼과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건의 이면들, 저자의 투쟁 과정 동안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진솔하게 다가와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나의 이익에 반한 사건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걸음 떨어져 그저 ‘너무 한거 아니야?’라든지, ‘당연히 보장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저들은 너무 이기적이네’라는 말 한마디만 던질 뿐, 사회적 이슈를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공익’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불온한 공익’추구 행위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들여다볼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유와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