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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님의 서재
  •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 김은실.권김현영.김신현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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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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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구성, 여성의 변화 그리고 저출산이리스 라디쉬(Iris Radisch)는 "지금 이 세상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아이를낳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호소가 충분히 가식적임을깨닫게 될 거라고 충고한다. 15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여성과 남성의 생활 세계가 서로 근접하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가족을 고수하는한편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며, 무한 경쟁 속에서 물질적 이익을 최상의 가치로 두는 한편으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시장 중심의경쟁 시대에 노출되면서 유교적 전통에 기반을 둔 가부장적 가족의 권위가 약화되고 개인의 인식과 생활 방식, 가족 형태 등이 매우 다양해졌다. 특히 국제결혼이나 이혼, 동거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30대의 동거 수용도는 2014년에 60퍼센트를 넘어섰다.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7.2퍼센트로 가구 유형별 비율에서 가장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한 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가족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자발적 무자녀 가족을 선택하는 부부들을 종종 볼 수 있으며, 미혼의 상태에서 임신이나 출산을 하는 여성들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남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결혼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수도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혼자끼리 생활공동체를 꾸려서 함께 살기도 하고따로 살면서 공동체 관계망을 유지하기도 한다. 기존의 혈연 및 혼인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동반자 관계의 권리를•보장하는 생활동반자법19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가족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 미디어에서 재현하는 가족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가족의 탄생‘을 다루었으나 최근에는 그 자리가 ‘졸혼‘, 1인 가구, ‘돌싱‘ 같은 새로운 가족으로채워지고 있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진 오늘날, 더 이상 결혼은 과거처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속되는 ‘자연적인 조건‘이 아니다. 결혼을 통해 얻게 되는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의 경우 결혼과 가족에 거는 기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은 결혼 연령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결혼과 출산 선택의 기피는 여성들의 성 평등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성 평등 수준에 민감한 여성들의 경우사회 전반에 걸쳐 성 평등주의적 재조직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쉽게 출산 거부 결정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대다수 여성이 가부장적 가족 질서 속에서 결혼하고, 결혼하면 거의 예외 없이 출산했던실질적인 ‘가족 출산‘ 시대가 가족과 여성의 동시적인 변화에 직면해서저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의 압축적 근대성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가족에게 강도 높게 부과된 역할 요구와 통제로 ‘가족 피로’가 누적됨에 따른 불가피한 반응이다.  즉, 만혼과 저출산, 별거와 이혼의 증가등 다양한 ‘탈가족적‘ 징후를 가족 역할의 과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이면에 있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족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 가족의 특성과
기능을 모두 섞어놓은 것 같다. 근대 이전의 전통적 가족주의, 유교적가족주의 시스템의 물적·규범적 토대가 약화되었으나 여전히 부계제가 남아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부부와 자녀가 주축이 된 근대 핵가족 중심의 정서적·물적 지원과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압축적 조합이 ‘순기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근대 핵가족에서 나타나는 부모와 자녀의 강한 유대감이 자녀의 결혼 지연이나 독립을 유예하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엄청난 교육열과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켜 가족의 물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공고한 ‘정상가족‘ 규범은 동거나 혼외 출산에 대한 금기로 이어지면서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차이, 가족 안에서가사와 육아의 일차 책임자로 여성을 설정하는 성 역할 규범 등이 여전히 작동하는 현실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어렵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2.1 퍼센트로 나타났으며,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 취업자 비율(고용률)이 55.2퍼센트를 차지하여 기혼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30대 여성보다 40~50대 기혼 여성들의 고용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30대 여성들이 여전히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고용률에서 젠더 격차는 30대의 경우 남성이 90.6퍼센트, 여성이 60.3퍼센트로 30퍼센트까지 차이를 보인다.  또한 여성의 고용률은 자녀의 연령과 비례하는데,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가진 기혼여성의 경우 고용률은 44.9퍼센트로 급격하게 낮아진다.
결국 육아의 부담이 20~30대 여성들에게 맡겨져 있으며, 특히 초기육아의 경우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취업의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제도에서도 정작 당사자인 여성에게 돌아가는 육아 부담의 해소와 경제적 자립 기회 보장 등의혜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2인 소득자 가족 모델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가사와 육아라는 여성의 가족 내 성 역할은 아직도 남성1인 생계 부양자 모델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가족 안에서 성평등은 아직도 아득한 일이고, 가사노동과 육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독박 육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고있을 뿐이다. 심지어 성인 중심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양육에 대한 비하, 즉 ‘맘충‘, ‘노키즈존‘ 등 양육 적대적인 문화도 팽배하다. 여성들은이러한 현실을 자신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이후에 직면하게 될 부담이자 위험으로 간주한다. ‘82년생 김지영‘이 출산과 양육으로 겪는 우을 증상에 다수의 여성들이 공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더구나 무한 경쟁의 시대에 경제적 독립과 자아실현의 꿈도 요원할만큼 삶이 팍팍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이러한 결혼과 출산에 달라붙은 위험으로 인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저출산은 바로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드는, 또 기꺼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적·문화적 여건이 안 보이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갖게 되는 심리적·경제적 · 관계적 불안에 다름 아니다.
양육의 공적 가치

그렇다면 양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Nancy Folbre)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그들의 계발된 능력과 자질로 우리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의미에서 아이를 ‘공공재‘로 개념화한다. 
아이에게 들이는 돈이나 시간, 사랑 등은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 자신, 사회, 국가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즉, 폴브레는 타인에 대한 돌봄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사회가 그 비용을 제대로평가하고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공재‘로서의 아이라는 관점은 양육을 공적 영역으로 위치시킨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그동안 개인과 가족으로 전가된 양육에 대한 책임을 국가로 이동시킨다. 즉, 양육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아이 중심의 양육 시스템 구축과 아이를 키우기 위한 최적의 조건에대한 국가의 개입 의무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공적 권리로서 위치한다.
이러한 관점은 양육을 경제적 해법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성 경험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 부여로 볼 수 있다. 모성 경험을 공적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는 권리의 언어로 위치시키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성의 삶에서 경제활동이 불가피해졌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가사, 육아 노동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지속여부 또한 돌봄 노동의 사회화와 결정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유럽에서도 1980년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이 개인의 출산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 때문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공공의 관점에서 해결
하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휴가 제도, 공보육 제도의 정비, 육아의 사회화 등의 출산과 양육 제도를 정비하면서 출산율반등을 가져왔다. 32물론 국가가 양육에 개입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국가의 개입이 곧 여성들의 일차적 책임을 공유하거나 대체하는 것인한 양육 주체의 또 다른 쪽인 남성들을 소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정희진의 주장대로 육아가 언제나 여성·국가·사회의 일이 되고 있는현실에서 국가보다는 남성의 인식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 33 일·가정양립 정책의 주요 테마인 ‘아빠 육아‘는 남성은 경제활동, 여성은 육아라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서 진일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남성은 육아책임자가 아니라 협조자로서 육아를 돕는 역할에 머물고 있어 가족 내성별 권력관계의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출산 정책의 비전은 지속발전 사회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그것은 출산율 제고를 통한 아이의 수 늘리기만으로 달성되지않는다. 그것은 양육을 공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양육이 여성만 부담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남성 역시 공동 양육자로서 책임을 지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더는 양육 전담자로서 자신을 정체화할 수 없는, 전통적 가족 규범의 모순을 간파한채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을 둘러싼 가족. 직장 · 연애·성·결혼·출산·•규범 등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맥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성들이 갖는 불안과 위험 요인들을 풀어내기 위해 젠더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새로운 아젠다와 정책이 만
들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요구이자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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