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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님의 서재

가다가 호수를 만들어놓기도 하고, 그러면 또 호수를 뺑 돌아 집을 짓고 야자수, 노란 꽃이 피는 나무, 보라색 꽃이 피는 나무, 키가 큰 나무, 작은 나무들을 심어놓고, 그 나무 아래는 잔디가 파랗게 깔려 있지요. 

물이 있으니 어디를 가나 오리나 거위나 칠면조가 있고 새들이 많습니다. 가끔씩 원숭이도 있지요. 나무에는 철마다 꽃이 만발하고 키가 작은 꽃들은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피어 있지요. 
물은 길을 따라 흐르기도 하고, 도시 한복판을 흐르기도 하고, 아파트와 빌딩 사이를, 집과 집 사이를 흐르다가 바다로 빠져나갑니다. 바다에서 시작된 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가끔 사람들이 넓은 바다로 나와 낚시도 하고, 서핑도 하고,
책도 보고, 그냥 바다만 바라보다 돌아가기도 하지만, 대개 마이애미 사람들은 집 앞에서 놉니다. 
집 앞으로 물이 흐르고 있으니, 그냥 거기서 노는 거지요. 조그만 보트를 타고 빙빙 돌기도 하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발을 담그고 놀기도 하고, 낚시도 하고, 그러다 집으로 들어가 식사하고, 진짜 부럽습니다. 

우리처럼 삼겹살 싸 들고 어디 안 가도 되지요. 꿈같은 일입니다. 여기는 현실인데 우리는 꿈에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물은 사람을 평화롭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늘 흘러서 그런지 언제 봐도 새롭습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집 앞에서 물에 발 담그고 놀고 있는 걸 보면 부러움에 애간장이 다 녹습니다.- P-1
언제였을까? 이백 년 전쯤이었을까? 

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처음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릴 때, 이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를 시작했을 때, 그때 이 물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길을 따라 물길을 만들 때, 그때 있었던 관료가 자기의 이해관계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면, 
물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시간이 없다고 서둘렀더라면, 
바다가 가까이 있는데 웬 물을 도시로 끌어들이냐고,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안 된다고 누군가 고집을 부렸더라면, 
이 도시한가운데서 사람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일은 없었겠지요.

물길을 따라 시작된 이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은 없었겠지요.

종이 한 장으로 시작된, 그 위에 연필로 선 하나를 그어서 시작된 도시가 지금의 파리가 됐고 센트럴파크가 있는 뉴욕이 됐고 물길이 있는 마이애미가 됐습니다.

우리가 옛날에 가난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면 너무나 옹색한 변명입니다. 

가난할 때는 그래도 자연을 두려워하긴 했으니까요. 기후가 다르고 지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사람 사는 수준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그래도 조금 더 배우고 앞서 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일찍 세상에 눈을 떴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조금만 생각해 줬더라면, 
우리를 위해 아름다움이 뭔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을 해줬더라면, 
그랬더라면 어쩌면 
우리도 아파트 사이로 집과 집사이로 물이 흐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몇천 년도 더 흐르던 물길을 차마 떨려서 어찌 감히 건드려볼 엄두도 못 내볼 거라는 희망.
나는 희망이고 간절한데, 이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하나마나 한 소리입니다. 아름다움에 익숙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생활입니다.-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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