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과 애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 역시 그와 대화를나누는 사이, 내가 왜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조문을 가고자 했는지 알게 되었다.
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 순간에도 사회가 나를 잊지 않고 장례를 치러줄 거라는 믿음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연대감이죠. 위패 하나 드는 게 큰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계속 내는 거죠. 당신의 장례를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고 당신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끊임없이 내는 거예요. 그 인기척이 저에겐 위패를 드는 거고요.
나는 혼자가 아니고 싶었다. 그래서 타인의 장례에 간다.
공영장례, 다른 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유럽 복지국가에선 장례 제도가 국가의 복지 개념 안에 존재한다.
스웨덴의 경우, 누구라도 사망하면 "유산으로 충당하지못한 시신 운구비, 장례식장 사용료, 시신 안치비, 화장 비용, 25년간의 묘지 이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이 비용은장례세 (Begravningsavgift)라는 명목으로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장례법에 따라, 스웨덴 지자체들은 공공 매장지를 관- P287
리하고 장례 관련 업무를 규정한다. (다만 루터교가 국교인 나라답게 장례의 실질적인 수행은 교회의 몫이다. 2500여 개소의 공공교회가 공공묘지를 관리한다.)
유럽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공동묘지를 관리하고,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동묘지를 분양하는 국가가 다수이다.
가족묘지를 제외하곤 모두가 3평 남짓 되는 땅에 묻힌다.
자리를 정할 수도 없다.
순서대로 묻힌다.
재산 여부나 직위와 무관한 일이다.
묘지를 복지 시설로 규정해 그 관리 비용은 국가가 제공한다.
일본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과 후기고령자의료제도(75세이상을 피보험자로 하는 의료 제도)에서 장제비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의 지원 대상은 피보험자 모두이며, 재산등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는 것이 특징이다.- P288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에게 닥쳐올 일을 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례는 결혼이나 돌잔치처럼 피할 수 있는 의례도 아니다.
타인의 장례건 나의 장례건, 장례는 분명 인생에 들이닥친다.
평생 치마를 입지 않았으며 성별화된 옷을 거부해온 이의 마지막 옷이 치마가 된다.
그를 평생 갈등하게 하고 숨게 하고 존재하게 하고 드러내게 만든 육신이 맨몸으로 안치대에 놓인다.
그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의 시선 아래,
반평생 다른 생명의 살을 먹지 않은 비건 생활자의 제사상에 초식동물과 물살이 (물고기)가 올라간다.
친족 성폭력 사건으로 가족과 의절한 이의 장례식 상주 자리에 그 가족이 앉는다.
그간 이런 일은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장례인들이 이야기하는 ‘별의별‘ 일 중 하나였다.
유난이거나 별종이거나 불행한 일.
콩가루 집안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릴만한 일.
내가 장례를두려워했던 이유에는 이 수군거림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일상에서 나는 잘만 감추면 무난한 딸처럼 보일 수 있는데, 장례식장은 그 숨김이 통하지 않는 장소다. 가족 관계는 장례식장 부고 알림판에 뜨고, 직장은 화환과 일회용품 용기와 수저에 박힌 회사 로고에서 드러나고,
모아둔 자산은 대관하는 장례식장과 빈소의 크기로 드러난다.
가족의 불화마저 빈소에서 울고불고하는 소란 속에서 드러난다.
마치 시험 등수를 복도에 붙여두는 잔인한 교사처럼 장례는 타인의 기준대로 매긴 채점표를 훤히 공개한다.
나를 숨길 곳이 없다.
그 성적표는 나를 설명해주지 못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본연의 내가 환대받지 못할 장소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은 두렵다.
동시에 어기대고 싶어진다.
지금의 장례 문화에서 ‘환대‘받을 수 있- P292
"위로의 하나님, 우리의 벗 ○○님을 추모하고자 우리가 이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벗 ○○님이 이제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화의 나라에서, 경계도 구분 짓기도 없는 바로 그 나라에서 주와 함께 안식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제목부터 그 성격이 명확한 전시도 하나 소개한다.
<탈가부장: 레식>, 2023년 10월에 서울에서 열렸다. "죽음과 장례에 관련된 차별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알아보고 "평등한 장례식의 구체적인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고자 기획했다는 전시는 장례식장에서 들은 차별적인 말
("영정 사진 드실 남자분 안계세요?"
부터 "꽃장식은 3호 이상은 하셔야 보기 좋아요"까지)이 적힌 흰 무명길을 헤치고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실의 장사법에서 차별적 요소를 살펴보고, 분투의 장이었던 장례 경험을 육성으로 듣는시간을 지나, 추모의 공간이 펼쳐진다.
"추모 공간을 희거나 까맣게만 채우지 않게 하려고 애썼어요.
노란 꽃도 놓고 무지개 깃발도 걸고 환대한다는 취지의 안내 문구도 걸어두고요."
<탈가부장:례식> 기획단을 꾸린 뀨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탈가부장:례식> 작업을 돌아보며
기획단장 뀨뀨 인터뷰
자기소개를 해달라.
언니네트워크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뀨뀨라고-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