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항상 이런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했다.
논리와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내 지적 수준이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나를 시험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기 강이 보이니? 강물을 흐르고 있는 시간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있는 이곳이 현재라면 미래는 어느쪽에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미래는 저 아래 물이 떨어지는 곳이에요."
"틀렸어." 아버지가 단호히 말했다. "다행히도 말이지."
그런 다음 부담감을 떨쳐 버린 듯 "오팔라" 하고 말했다. 아버지가 나를 격려할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그때 맨 위에 있던가방 두 개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세를 얻은 우리 집은 마을의 위쪽, 가축의 물통이 중심에 놓인어느 중정식 건물 안에 있었다.
집에는 기원이 다른 두 가지 흔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벽과 검은색 낙엽송 발코니, 이끼 낀황토 지붕, 시커멓게 그을린 굴뚝으로 그 기원이 오래된 것이고두 번째는 그냥 낡은 것이었다.
한때 집 안 바닥에는 장판이 깔렸던 것 같다. 벽에는 꽃무늬 포스터가 걸려 있고, 벽걸이 가구와 부엌에 놓인 싱크대에는 온통 곰팡이가 피고 색이 바래있었다. 오직 하나의 물건만이 평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철로 만든 커다란 검은색 난로였고 황동으로 된- P-1
브루노가 한쪽팔을 다뤘다. 그는 욕을 하면서 공중에 팔을 흔들어댔다.
"다쳤어?" 내가 물었다.
"망할 돌덩이 같으니, 머지않아 움직이게 하고 말거야." 상처를 입으로 빨면서 그가 말했다. 브루노는 충동적인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계단을 올라가 위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가 창문을 넘어서 뛰어가는소리가 들렸다.
그날 저녁 쉽사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흥분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날 난 뭔가를 느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친밀감이었다. 이 친밀감은 낯선 곳에 정박해 있는 것처럼 나의 호기심을 잡아 끈 동시에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개울, 연못,
폭포 그리고 강물에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송어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을 생각했다. 그리고사냥감 앞에서 파다닥 튀어 오르는 송어를 생각했다. 그때 강물에 사는 물고기에게 벌레, 나뭇가지, 나뭇잎 그리고 이외의 모든 것들은 산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고기는 앞으로 흘러내려올 것을 기대하며위쪽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현재라고 한다면 과- P-1
거는 나를 지나쳐 흘러간 물이다. 그 물은 아래 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미래는 놀라움과 위험을 품은 채 위에서 내려는 물이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운명이 어떻든간에 그 운명은 우리 머리 위, 산에 있다고.
잠시 후 이러한 생각은 천천히 사라져 갔고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어느새 밤의 소리에 익숙해져서 별별 소리를 다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샘물 소리이고,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밤길을 어슬렁거리는 개의 목에 달린 방울소리이다. 이 소리는 그라나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에 전기가 돌아가는 소리이다.
그 순간 내가 듣고 있는 소리를 브루노도 듣고 있는지 궁금했다. 부엌에서 어머니가 책을 읽는 동안 나는난로의 지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7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브루노를 만났다. 내가 그를만나러 방목장으로 찾아가거나 했고, 브루노는 젖소들 주위에줄을 둘러쳐 자동차의 배터리에 연결해두고 우리 집 부엌에 불쑥 나타나곤 했다. 브루노가 좋아하는 것은 간식이 아니라 어머니인 것 같았다. 어머니의 관심이 좋은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일할 때처럼 말을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브루노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브루노는 다정다감한 아주머니가 보이는 관심에 한껏 들떠서 대답하곤 했다. 브루노는 자-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