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복있는사람들님의 서재

미국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청소년 부문 최고의 책,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을 구하라!

요즘은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다. 누가 굳이 글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마인드프로브 바늘을 머리에 꽂기만 하면 온갖 영상과 오락물이 뇌에 직접 복제되는것을!

책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백타임이라는때에 그러니까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모든 것이 완벽하고 모든 사람이 다 잘살있었다는 백타임에나 존재했었다는 책! 대지진 이후 도시 구역이 이런저런깡패집단손아귀에 들어가고, 유전자조작으로 완벽하게 향상된 프루브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인 백타임에 존재했었다는 책!

내 생각엔 그 백타임이라는 것 자체가 진짜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그저 마음을 위로하려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유전적으로 향상된 프루브이고 아빠는 구역의 보스인데 언젠가 나를 구하러 와서다 같이 에덴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그런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그런 이야기는 뇌에 바늘을 꽂으면 되는 가상현실 게임에나 있는 일이다. 실제로는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내 말을 믿어도 좋다. 난당해봐서 안다.

그런데, 사람들이 라이터라고 부르는 영감탱이를 만나고 말았다. 말도 안되게 엄청난 생각을 품고 있는 늙은이와 스파즈라는 좀 울적한 이름을 가진내가 힘을 합쳐 세상을 한번 바꿔보려고 했다.

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흥분해서 숨을 헐떡이며 그가 외친다.
"아름다운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이제 그 소녀를살려 낸 거야! 얼마나 훌륭한 이야기야! 얼른 그 이야기를 써야하는데! 자네가 무슨 일을 해낸 건지 알기나 하나? 내 이야기의해피엔드를 자네가 선사한 걸세!"
하지만 빈을 살린 건 내가 아니고 프루브들이에요."
내가 라이터를 일깨워 준다.
"게다가 에덴에 오자고 한 것도 내가 아니잖아요."
라이터가 고개를 젓는다. 그의 늙고 촉촉한 눈이 내 속까지 환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맞아, 우리 모두 자네를 도왔지. 나도, 라나야도, 심지어 작은얼굴 녀석까지도. 하지만 이 여정을 시작한바로 자네야. 자네가 감히 이 여정을 상상할 용기가 없었다면 아무 일도 해낼 수없었을 거 아닌가."
이 노인네가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진짜 영웅이 누구인지안다. 그건 나도 아니고, 심지어 용감한 라나야도 아니다. 진정한 영웅은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 다니는 하얀 수염이 난 노인네다. 아무도 읽지 않을 책에 이야기를 적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믿음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버리지 않고 그 커다란 심장 속에 그 희망을 간직하고 다니는 이 노인네인 것이다.
기밖에 보이는 저런 초록색 물건들 같은 걸 말이야."
"풀이랑 나무 말이구나."
"좋은 이름이야. 평화로운 이름."
빈이 꿈꾸듯 말한다.
"풀과 나무."
라나야가 빈의 손을 잡고 유리창으로 간다.
"저건 홀로그램 풍경이 아니야."
라나야가 손가락으로 바깥을 가리킨다.
"저것들은 진짜 풀과 나무야."
빈은 바깥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쉰다.
"아름다워. 하지만 홀로그램 풍경과 다를 게 없어."
라나야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우리가 여기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지."
빈이 대답한다.
"그럴 수 있어? 내가 나으면 우릴 다시 돌려보낼 거잖아. 회색콘크리트에 산성비가 내리고 구역 폭력배들이 싸움을 하는 그곳으로."
라나야가 풀과 나무를 쳐다보다가 빈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녀의 눈이 빛을 발하고, 치열한 표정이 떠오른다.
"방법만 있으면 보내지 않을 거야."
는 뜻으로 보인다.
"죄를 인정하는가?"
나이 든 지도자가 다시 한 번 묻는다.
라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언덕 끝까지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 규칙을 어기는 일이라면, 그 규칙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많은 지도자가 약간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두드린다.
"설명을 해 보거라."
"저 사람들이 제 목숨을 살려 줬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 주고 싶었습니다."
"라나야, 자초지종을 설명하도록 해라."
지도자가 재촉한다.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어볼 수 없으니."
라나야가 지도자에게 절을 한 다음 말을 잇는다.
"라일라 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라일라 님이 앉아 계신 자리에 앉아서 라일라 님이 하신 일을 제가 이어서 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지요. 라일라 님만큼 잘할 수 있기를 소원할 뿐입니다."
"굳이 내 호감을 사려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
라일라가 잘라 말한다.
"그리고 이 보통 사람, 부모도 없는 소년, 모두가 천대하고 피하는 이 소년은 저를 구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죽어 가는 누이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에덴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 누이동생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알고 제가 어떻게 그들을 외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프루브들 몇몇이 라나야의 말이 맞다는 듯한 소리를 내기는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저 소녀의 병은 우리가 가진 기술로 쉽게 고칠 수 있었습니다. 도시 지역을 휩쓸고 있는 전염병을 고칠수 있는 기술을 우리는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도조차 해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병들고 죽는 것을 보고만 있고, 굶주리는 것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구역이 불에 타들어 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과연 옳은행동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저는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언덕에 앉아 있는 군중들로부터 야유가 터져 나온다. 라나야가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을 한 것이다. 누군가가 소리친다.
"저들을 봐! 추하잖아! 괴물 같아! 멍청하고! 저들은 보통 사람들이야!"
라나야는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손을 들어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리킨다.
다. 잘빠진 프루브용 택비는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콘크리트상자 앞에 우리를 내려놓고 사라져 버렸다.
"오, 즐거운 나의 집!"
내가 처음 털었던 그 쓰러져 가는 상자를 보고 라이터가 그렇게 외친다. 이상한 건, 그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라이터는 자기 상자로 돌아온 것을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다.
"사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에덴에서 살았어도 좋았겠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 그랬다면 내 얼굴에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을 테고. 하지만 그랬다면 내 책을 끝낼 수 있었겠나? 인생이 완벽하다면 책에 쓸 만한 말이 하나도 없지. 한가롭게 노닐고, 다늙은 발을 깨끗한 물이 흐르는 시원한 냇물에나 담그면서 시간을 보내면 책에 쓸 말이 뭐가 있겠나? 작가한테는 도전이 필요하지. 우리는 투쟁과 쟁취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거든."
라이터는 내가 벽에 등을 기댄 채 무릎에 턱을 괴고 웅크리고있는 쪽을 살펴본다. 그의 작은 상자는 거의 텅 비어 있다. 책상으로 쓰는 낡은 나무 상자와 그가 ‘책‘이라고 부르는 두터운 종이 묶음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늙은이 냄새가 나는이곳이 나는 너무 싫다. 도시 지역 전체에서 나는 늙은 냄새와다 쓰고 버린 폐품 냄새, 그게 너무 싫어서 참을 수가 없다.
라이터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내 옆에 앉는다. 쭈그려 앉는 것이 어려웠는지 앉으면서 신음 소리를 낸다.
생각에 잠겨 숱 적은 자기 턱수염을 어루만지더니 마침내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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