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자본주의적인 경쟁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병으로 쓰러진 노인에게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저승사자: (해맑게 웃으며) 방금 누구 쓰러지셨죠? 안녕하세요..
저승에서 왔습니다. 좋은 길로 모실게요.
노인: 아니, 당신 뭐야?
저승사자 (명함 돌리며) 저승사자 된 지 얼마 안 돼서 홍보 좀하려고 왔어요. 요즘 저승사자도 경쟁 엄청 치열해요. 요즘 돌아가시는 분들 많아서 엄청 성수기에요.
노인: 그런데, 미안한데…………. 우리 집안에 잘 아는 저승사자가 있어서 그분 통해서 저승 가야 돼. 정말 미안해요.
저승사자 부담 갖지 마세요. 어르신! 꼭 오늘 돌아가시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단 상담이나 한번 받아보세요. 제가 돌아가시기 좋은 날짜 잘 뽑아드릴게요.
죽음과 저승사자라는 무거운 소재와 개념을 보험계약 현장으로 패러디하여 웃음을 주는 재치 있는 개그 코너였습니다. 그런데 단지 불일치한다고 해서 좋은 개그도 아니고 큰 웃음이 나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선 불일치의 정도가 매우 커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불일치에 대해서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불일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그럴듯함, 즉 개연성이 느껴져야 합니다. <죽어도 좋아>의 외판원 저승사자처럼 말이지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마저 스펙으로 자신을 팔아야 되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판매원 저승사자에 투영된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만약 저승사자가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로 개그 속그 이야기처럼 그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이야기가 구체적인 설득력이 있어야합니다. 실력 있는 개그맨이란 이러한 불일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러한 불일치를 가지고 웃음론을전개한 철학자가 쇼펜하우어입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웃음은 "개념과 실제 대상의 불일치에 관한갑작스러운 지각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그의 웃음 철학은 칸트와 키르케고르와 더불어 불일치의 웃음론으로 분류됩니다. 모든 웃음은 말이든 행동이든 상관없이 역설적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웃음은 예기치 못한 개념과 대상 사이의) 포섭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는 이러한 불일치에 바탕을 두고 지독한 독설과 날카로운풍자의 유머를 통해 삶의 부조리함을 보여줍니다. 삶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죠.
개념(추상적인 것)과 실제 대상(구체적인 것)의 불일치‘라는 말은처음에 이해하기는 참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유와 암시, 패러디와 아이러니를 통한 웃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밀회>라는 드라마를 패러디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쉰 밀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쉰 밀회>를 보기 전에 이미<밀회>라는 드라마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연상녀(김희애)와 연하남(유아인) 사이의 독특한 사랑이 그것이지요.
그러나 <쉰 밀회>라는 패러디를 통해 실제로 나타난 구체적인것‘들은 <밀회>에 나타난 것들과는 기발하게 불일치합니다. 예를들어 연상녀는 실제로 연하인 김지민 씨가 맡고, 연하남 역은 실제로 연상인 김대희 씨가 맡습니다. <밀회> 속에서는 연하남이너무 어려 연상녀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대 차이가나지만, 반대로 쉰 밀회>에서는 연하남을 맡은 나이 많은 김대희 씨와 연상녀를 맡은 나이 어린 김지민 씨 사이에서 세대 차이가 발생합니다.
김지민: 아인아, 너 왜 이렇게 늦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