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긴다 뭐여, 인생이란 맥주병 위에 떠 있는 빈 배란 말이지."
천연덕스러운 이 할아버지의 해설 앞에 나는 미술평론가로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고단했던 삶과 그 삶 속에 함께했던 술과, 그 술기운에 실어왔던 꿈과, 그 꿈의 허망을 모두 읽어냈던 것이다.
백남준의 말을 빌리든, 한 중년 신사의 고함을 인용하든, 현대미술을 일컬어 사기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기란 정치꾼이나 장사꾼의 그것과는 달리 아주 애교 있고 악의 없는,
그래서 우리의 정서 함양에 매우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예술은 사기이되 이유가 있는 사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