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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님의 서재

이야기는 눈밭에서 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
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_소설가 박서련(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저자)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는데,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때 호랑이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북돋아 줬다. 월간지 《개벽>의 1920년 6월 창간호표지에는 용맹스럽게 포효하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민족사상 양성에 주목적을 둔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첫 상징으로 호랑이를 뽑은것이다. 당시 지도자들은 일제의 호랑이 사냥을 민족 탄압으로 여겨비난했다. 호랑이가 국민에게 연민의 대상이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한반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전해 내려오는 수천 가지 설화, 옛날이야기, 민화 등 예술 작품에서 우리 민족이 호랑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전통예술 속의 호랑이는 익살스럽고,
사납고, 똑똑하고, 용맹하고, 게으르고, 착하고, 멍청하고, 복수를 하며, 은혜를 갚는다. 호랑이는 그저 사람을 해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촌이었다. 너무나도 작은 땅덩이에서 5천 년이라는긴 세월 동안 이런 어마어마한 맹수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한민족의 자연에 대한 경의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을 존중하여 함께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신이 많이 피폐해진 지금, 우리의 본질을 일깨우고 싶었다.

집필 당시 하층민의 이름은 모두 순우리말로 상상했다. 역사적으로 빈민층과 하인, 특히 여자아이들은 ‘간난이‘, ‘큰‘ ‘작은애‘ 등 혼하고, 어렵지 않은 명칭으로 불렸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사물이나 태어난 달 등에서 따온 순우리말 이름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뜻이 단순했다. 이를 영어판 원서에서는 ‘돌쇠‘
는 ‘Stoney‘, ‘옥이‘는 ‘Jade‘로 표현했다. ‘Dolsuch‘, ‘Ok-cc‘라고 표기하면 영미권 독자는 그 뜻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설정이 한자로 지은 ‘정호‘의 고급 이름을 ‘JungHo‘로 표현했을 때 바로 눈에 띄게 하고, 그 특별함에 대한 정호의 엄청난 자부심을 설명한다. 한국어판에서는 처음에 상상했던 등장인물들의 우리말 이름을 살려냈다. 다만 약간의 수정은 있었다. 
‘옥이‘는 ‘옥희‘로,
‘월이‘는 ‘월향‘으로 바꾸는 정도의 변화에 합의한 것은 번역본뿐만 아니라 
모든 책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지 저자 혼자 해내는 게 아니라는 믿음에서였고, 박소현 번역가의 예술성을 존중하고 존경했기때문임을 이 지면을 빌려 밝힌다.

한반도가 작은 땅이라는 것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 어렸을 때 지구본으로 본 한국은 너무나도 작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인은 작은 영토에 걸맞게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에족하지 않고,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독립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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