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세계대전 Z
- 맥스 브룩스
- 12,420원 (10%↓
690) - 2008-06-12
: 5,438
"그러면 백악관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군요."
"이 사람이 정말 사태 파악 못하시네. 당신이 정말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소?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고? 질병, 실업, 전쟁, 아니면 다른 사회적인 질환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소? 절대 아니지. 그나마 바랄 수 있는 건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그 문제들을 관리해 주는 거요. 이런 건 냉소주의가 아니라 성숙이라고 부르는 거요. 비를 멈추게 할 순 없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붕을 만들어 놓고 새지 말라고 빌거나, 아니면 최소한 우리에게 표를 던질 사람들은 비를 맞지 않게 해주는 거지." -99 page.
정확한 시점은 나오지 않는다. 좀비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난 시점. 이 인터뷰는 세계각국에서 이 전쟁을 다양한 자리와 직업을 통해 겪은 사람들의 회고들로 채워진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아니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어느 마을의 일화부터 일종의 위약을 팔아서 한 몫 챙기는 사람, 피난을 위한 시간을 벌기위해 인간미끼를 세워두는 정치인의 일화 등 좀비와 맞딱드린 사람들의 다종다양한 모습들이 나온다.
좀비물이야 영화로는 많이 보고 게임으로도 접해본 적이 있지만, 책으로 이런 좀비물을 읽은 적은 처음이었다. 오히려 책과 영상매체가 다른 점이라면 좀비물이 가진 좀비의 형상에 대한 혐오보다는 그 반대에서 좀비의 모습을 보고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가 되는 것이었다. 시각적인 자극이라는 면에서 봤을 땐 좀비물의 주인공은 어찌보면 최대한 혐오스럽게 연출된 좀비일 수 있다. 하지만 상상에 의존하는 '글자좀비'들은 그저 영화에서 봤던 좀비들의 흐릿한 기억의 재현일 뿐 충격까지의 상태로 사람을 몰고 가게 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더 유의해서 보게되는 부분은, 그리고 유의해서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좀비와 맞서는 사람들이다.
인간들은 주위가 초토화된 이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지, 또 이렇게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좀비전쟁을 묘사하게 되면 각국의 기존 정치적 지형은 어떻게 형성될런지가 '드디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위의 인용한 것과 같이 어떤 구세주라거나 '슈퍼파워'를 염두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엄청난 고난에 처한 그것도 동시적으로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난에 처한 인류를 상상해보고 그게 어떤 의미 일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헐리웃 영화처럼 특공대 하나가 나와서 좀비들을 싹다 정리해버리고 그런 거 없다. 그리고 정의롭지 않은 위정자들은 '관리'를 할 뿐 '해결'을 능력도 생각도 없다.
지지부진하게 상황은 진행되고, 좀비들은 "식량도 필요 없고, 탄환도, 연료도, 심지어는 마실 물이나 숨 쉴 공기도 필요없"는 상황에서 인간들과 맞선다.
너무나 압도적인 적, 너무나 깨지기 쉬운 인간들의 평화.
평화로운 시기, 문명사회에서 잘 나가던 회계사,변호사,펀드매니저는 못질 하나 못하고 창문에 유리도 못 갈아끼우는 무능력한 신세가 된다.
"좀비를 죽이는 유일한 방법이 뇌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게 아이러니요. 좀비란 게 한 무리로 모아 놔도 딱히 공동의 두뇌라고 할 만한 게 없잖소. 지도부도 없고, 명령계통도 없고, 이렇다 할 의사소통이나 협력도 전무하고. 암살해야 할 대통령도 없고 칼로 난도질해 버리고 싶어도 쳐들어갈 본부 은신처도 없어. 좀비 하나 하나가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자동화된 부대이고 이 마지막 이점이 이 전투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해 주는 거요."-426page
P.S.
코맥 맥카시의 '로드'가 이런 대재앙에 맞서는 사람들의 내면에 초점을 뒀다면,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위를 날라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로드'가 인간극장이면 '세계대전Z'는 뉴스데스크 또는 CNN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