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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님의 서재
  • 일본이 침몰한다고?
  • 나운영
  • 15,300원 (10%850)
  • 2025-06-15
  • : 387
여태껏 살면서 경험한 것 중에 가장 무서웠던 일로 손꼽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나운영 저자는 일본인 남편과 20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그 당시 저자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패닉에 빠졌다. 진동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전기와 수도가 끊긴 채 물 한 컵을 구하기 위한 줄에 서야 했다. 당시 남편은 집에 없었고, 그녀는 어린 세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긴 밤을 견뎌야 했다. 그 절절한 경험을 떠올리며 생존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물을 구하고, 화장실을 확보하고, 아이가 울지 않도록 안아주는 일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여러 번의 지진을 겪은 저자 나운영이 쓴 생존 매뉴얼 에세이다. ‘동일본 대지진 경험자의 실전 생존 매뉴얼’이라는 소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전문가가 말하는 이론을 벗어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라는 엄마로서의 체험적 서사가 이 책의 중심이다.

책에는 재난 대비를 위한 실용적인 팁이 가득 담겨 있다. 어떤 물을 저장해야 하는지, 간이 화장실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대비를 상기시킨다.
특히 깨끗한 잠옷을 입고 자야 한다는 게 의외였다. 사람 목숨 살리는 게 우선이지 옷차림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일본은 그렇다고 한다. 집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파자마나 추레한 차림으로 나가는 일을 절대 볼 수 없는 곳이라고. 다들 깨끗하게 차려입고 피난소 생활을 한다니! 일본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전하는 2025년 7월 일본 대지진설은 얼핏 황당하지만, 일본 열도는 이미 수차례 침몰을 ‘경험’해 왔다.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 그 겹겹의 재난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태세를 갖추며 살아가야 할까?

재난은 타인의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최근 한국도 점점 더 강도 높은 지진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살아야 할까. '예언'에 휘둘리기보다는, 불시에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소박하지만 단단하다.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삶의 바닥에서 끌어올린 실존적 고민과 실천이 가득한 책이다. 거창한 문장도, 감정의 과잉도 없다. 그 대신, 오랫동안 몸에 새긴 경각심과 작은 습관들이 나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살아남는다는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준비하고, 기억하고, 서로를 껴안는 사람만이 다음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그 조용한 진실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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