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엠마 골드만
젊은 시절, 혁명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사회이든 개인이든 잘못된 사회, 못마땅
한 자신을 그 뿌리부터 뒤집어버리고 싶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유토피아를 건설하고픈, 그런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 혁명 욕구는 사회로 향해 있었던 20대를 지나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말과 함께 나 개
인에게로 방향이 틀어졌다. 이후 정치에 무관심,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뭐 지식인도 아니지만)으
로 살아왔다. 뭐, 그것이 자랑도 아니고 이제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도 않다. 다만, 어차피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적어도 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사회라는 커다란
그물망에 속지 않고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만큼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제대로 된 시각을 갖고자 하는 그런 의도로 선택된 책이다. 물론, 제목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오기도 했다.
재미있다. 어려운 얘기라도 어렵지 않게 써야 한다는 내 기본적인 생각에 들어맞는다.
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은 나에게 게임의 뒷면을 알려준다.
여기 소개된 SF 소설을 읽어야겠다, 애니도 몇 편 봐야겠다. 목록 작성.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런 일도 있었구나.
그런데, 그냥 지식의 선에서 끝난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들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과거의
사실 나열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접목시키면서 갔으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광장 편은 그래도 눈여겨 볼 만하다. 촛불 시위의 처음부터 끝까지 토막토막 알고 있었
던 게 쭉 정리된다.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체 게바라는 너희 상품이 아니다'
홍세화씨의 추천사 중에서
<그러나 모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삶'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집니다. 한국사회에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보신문화가 발달했는데, 그것이 정력을 좇는 일탈적 현상이라고 말하기엔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몸의 건강상태에는 그렇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데 반해, 의식세계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는 점입니다. 나의 의식세계가 '나'라는 존재를 위해 균형 잡힌 것인지 아닌지 묻지 않습니다. 실로 놀랍지 않은가요? 사람은 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대부분의 경우 이를 자각합니다. 그러나 의식 세계가 균형 잡힌 것이 아닐 때, 심지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형성해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이를 고집합니다.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삶을 유지하려고 신경 쓰는 일이 당연하다면, 적어도 그 십분의 일이라도 의식세계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의식세계를 송두리째 내주었습니다. 과거 사람들이 종교와 전통에 의식세계를 송두리째 내주었다면 오늘날엔 대중미디어에 내주었습니다. 과거에 종교와 전통을 장악했던 세력이 지배계급이었듯이, 오늘날 대중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자본입니다. 그리하여,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가 16세기에 말한 '자발적 복종'이 쉽게 형성됩니다. 소인배들로 들끓고 마름들로 들끓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소중한 삶입니다. 예술가들을 벗 삼아 상상력을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
몸의 균형, 마음의 균형, 의식의 균형. 그리고 몸과 마음과 의식의 균형. 그리고 또 세상과 나의
균형. 아프지 맙시다. 그리고,
'소인배들로 들끓고 마름들로 들끓는' 세상에서 소인배가 되지 않는, 마름이 되지 않는 길은 무
엇인지 생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