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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이야기님의 서재

연쇄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이자 역사적 인물들을 다룬 역사소설.
 
 재미있다. 책 두 권을 밥 먹는 시간 빼고 내리 읽었을 만큼.
 
 그럼 재미있기만 한가. 사실 재미란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덮으며 허탈하게 만드는 소설들도 있다. 다빈치코드, 댄브라운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
 
적어도 '장미의 이름' 정도를 기대했는데 책을 덮으며 그래서? 어쩌라구? 이런 비아냥이 절로 나

왔었다. 재미는 있으나 내용은 없다는 거.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살 때도 시류에 편승한 그런 작

품 아냐? 했었는데... 기대 이상!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드는 방대한 지식, 놀랄만한 반전, 생생한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스

토리 등은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우리 감성에 맞는 한국형 픽션의 새장을 연다.
 
수학, 천문학, 언어학, 역사, 철학, 음악, 건축, 미술 등 방대한 지식으로 비밀을 하나하나 벗겨내

는 지적 여행을 통해 독자들은 뜨거운 시대 정신과 진정한 변화의 리더십을 만나게 될 것이다. '
            
                                                                                                              - 공병호
 
역사소설 - 좋아한다. 사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소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세종대왕 - 1443년 훈민정음 창제, 1446년 반포' 이건 그야말로 프로필이다.
 
거기엔 세종의 고뇌가, 당시 상황이 담겨있지 않다. 한 마디로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

는 다는 거다. 그런데 소설로 읽다보면 그 인물이 살아난다. 생각을 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우

리 옆에 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생하게. 이 소설, 그걸 제대로 살려줬다. 소설이니까 당연

허구지만 그 허구속에 담겨있는 진실. 이런 선조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간만에 뿌듯

했다.
 
 
보너스라면 무엇보다 음양오행설(시도했다가 그만둔 주역 공부를 다시 하고파졌다.)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우리 글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거.... 고1 국어 하권 첫장이 훈민정음인

데 아그들, 꼭 읽혀야겠다.
 
 

"아~라고 하면 무엇이 느껴지느냐?"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따스한 봄날 보리밭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장작불이 타오르며 내뿜는 따스한 온기, 군불을 지펴 넣은 아랫목에서 전해

오는 아득한 따스함, 하루 일을 마치고 곤한 몸을 눕힌 아련함, 두 팔을 활짝 편 채 언덕을 달리

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라고 하면 다 같은 아이더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아해라 말할 때의 아와 아낙이라 말할 때의 아가 다르옵니다. 아귀라 말할

때의 아가 다르고 아랫말이라 할 때의 아가 다르옵니다."

  "그 다름을 어떻게 아느냐?"

 "아해라 말할 때의 아는 젖 냄새가 나는 듯하옵고, 아낙이라 할 때의 아는 어머니의 품 속이 떠

오릅니다. 아귀라 말할 때의 아는 사나운 이를 벌린 아가리가 생각나옵고 아랫말이라 할 때의 아

는따뜻한 불가에 앉은 듯한 따뜻함이 느껴지옵니다."

 

"그렇다 소리는 그 자체의 느낌을 가지지만 뜻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와 소리가 합하여

뜻을이루니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할 글이 있으면 그 뜻까지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아~라고 말해보아라."

 소이는 다시 가지런히 입을 열고 소리를 냈다. 

 "아~" 주상은 소이의 앞으로 다가앉았다. 그리고 아련한 소리가 이어지는 소이의 작고 탐스러운
 

입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본문 중에서

 
 언젠가 동네를 돌다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본 적이 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보는 건 처음

인 거 같았다. 그래, 한참을 쳐다보다보니 갑자기 '탐스럽다'란 말이 떠올랐다. 아, 바로 이런 걸

두고 탐스럽단 말이 나온 거구나. 바라보는 대상과 그것을 표현해주는 말이 그렇게 절묘하게 어

우러졌다는 사실이, 그때 나를 얼마나 가슴뛰게 하던지. 오, 모국어여! 그 모국어로 내가 만나는

모든 아름다움을 그려낼 수 있다면.... 하는 내 오랜 바람.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바람마저

도 자꾸 사그라든다. 그래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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