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먼저 본 터였다.
영화가 '사랑'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사형제도 - 그것은 페지되어야 하는가, 존속되어야 하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죄에 대한 벌을 내릴 권한이 과연 있는가.
'그가 못된 행실을 한 자라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내가 기뻐하겠느냐?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그 가던 길에서 발길을 돌려 살게 되는 것이
어찌 내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
- 구약, <에제키엘서>
여전히 곳곳에선 살인, 살인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살해당한 선배 이야길 들었다. 병으로 죽은 사람 말고 살해! 당한 사람, 주변에 알았던
사람 중 처음이었다. 공포스러웠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그렇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겠지.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다 별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모니카 수녀님께서 지난 주에 편지를 하셔서 돌이 빵이 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 건 마술
이고 사람이 변하는 게 기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 그게 기적이다. 그걸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사람 변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을.
그럼 그렇게 기적인 그것,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걸 '사랑'이라
고 이야기한다. 사랑이라.. 상처 받은 사람이 그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거, 온맘으로
그걸 들어줄 수 있는 거, 상처를 죄를 햇빛 아래 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거.....
'일 년에 봄이라는 계절이 한 번뿐이라는 거 당신 때문에 처음 알았어요. 이 봄을 다시 보기
위해 일 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자 당신이 말한 대로 이 봄이
첫 번째이자 마지막 봄처럼 내게도 느껴졌다는 거예요. 한 계절을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그렇게 늘 오는 계절이, 혹여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하루하루가 목이 타는 것처럼 애타게 지나간다는 거...
나무에 물이 오르는 그 찰나도, 진노랑꽃 무더기로 피어서 흔해빠진 그 개나리에게도, 당신은
그 모든 것이 처음 대면하는 기분이고 또 대면하자마자 안녕, 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 그래
서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널려 있는 게 아니라, 가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박
혀올지도 모른다는 거... 그거 당신 때문에 알게 되었거든요.'
그렇다. 이 겨울도, 이 밤도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든 순간 순간...
정말이지 잘 살아야 할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