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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ls1님의 서재
  • 풀업
  • 강화길
  • 12,600원 (10%700)
  • 2023-08-25
  • : 1,214
강화길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다. 집에 와서 대충 가방을 부려놓고 식탁에 앉아 한 번 훑어볼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말그대로,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진 것도 모른채로 빠져들어 읽어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지수는 은행 대출과 결혼한 동생 미수가 조금 보태서 산 엄마집으로 들어가 살게된다.
엄마가 숨겨놓은 말라 비틀어진 제라늄 같은 존재로 엄마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가며 살던 지수는 잦은 악몽으로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어서 시간이 흘러 출근하기만을 기다리며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자주 눈길이 가던 여자가 들어간 건물에 무심코 따라들어가 운동을 시작한다.
근육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내 몸을 감각하면서 지수는 더이상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엄마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을 꺼내지도, 말들을 지어내보지도 않는다. 몸처럼 마음도 오롯이 내 것임을 자각한 것이다.

관계속에는 관성이 들어가있어서 익숙한 방향대로 흐르지 않고 힘의 방향이 어긋나면 당황하게 된다.
너도 좀 날아봐, 앞으로 나아가자 라며 응원하지만 강자는 늘 그 위치를 점령하고 싶고 막상 상대가 속도를 내거나 힘의 방향을 바꾸면 당황해버린다.
“엄마가 너만 보고 있을 때 부담스럽지?”
지수가 미수에게 했던 저 말로부터 지수는 이전과 다른 가족 구성원이 될 것이고 미수는 앞으로 지수가 “팔자 좋게” 영화를 봐도, 비싼 개인 피티를 받아도 전처럼 힐난하는 눈으로 지수를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 이제부터 내 궁전을 내 힘으로 지을 수 있겠다는 믿음, 그네를 하늘 높이 밀고 올라가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만큼만 밀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고 살게 될 것이다.

읽는내내 나는 지수였고 지금도 지수를 그려본다.

강화길 작가 정말 듣던대로 무지 잘 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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