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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내일
  • 내가 된다는 것
  • 아닐 세스
  • 18,000원 (10%1,000)
  • 2022-06-30
  • : 3,676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은 어렵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의식과 뇌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철학과 인지과학의 여러 논의를 끌어오고, 형이상학과 존재론의 영역까지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읽다 보면 데이비드 차머스의 ‘의식의 어려운 문제’가 나오고, 현상학이나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와 관련해서도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진다. 좀 어렵지만 다른 책까지 찾아 읽게 만든다. 나는 이런 책을 사랑한다.

그런데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주석과 참고문헌 부분을 마주할 때마다 자꾸 덜컥거린다.

한국어판에도 후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분량에 비해 턱없이 적다. 예컨대 3장은 후주가 단 1개뿐이다. 게다가 그 내용도 구체적인 원저작의 출처를 보여주기보다는 설명이나 보충 정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본문 31쪽에서 차머스의 ‘어려운 문제’를 직접 길게 인용하면서도, 그 인용문이 어느 저작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궁금해서 검색을 통해 원서의 구성과 서지정보를 찾아보니 원서에는 Notes뿐만 아니라 별도의 References도 수록되어 있었다. 상당한 분량의 참고문헌 목록이다. 그런데 한국어판에는 이 참고문헌에 해당하는 목록이 아예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현상학이나 체화된 인지를 더 공부하려면 무엇을 읽어야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런 책에서 참고문헌과 출처는 단순한 부록이 아니다. 독자가 다음 책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해주는 다리이기도 하다.

책을 조금 더 간결하게 만드는 것과, 독자가 책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장치를 덜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처럼 약삭빠른 독자는 별도의 검색을 통해 서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괴물 같은 저서들을 기어이 발굴해 내고야 말았다. 바렐라의 『몸의 인지과학』 같은 책도 다시 찾아보게 됐다.

물론 번역서가 원서의 모든 편집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 과정에서 분량이나 제작비, 독자의 가독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이 책처럼 읽을수록 다른 책을 찾아가게 만드는 책에서 참고문헌과 출처를 크게 덜어낸 것은 많이 아쉽다.

좋은 책은 한 권의 완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또 다른 책으로 데려가는 책이기도 하다. 그런 연결고리가 부족한 점 때문에 별점을 깎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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