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책은 아주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다. 이 책 『카뮈×최수철』이 그랬다. 인스타그램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떴다. 최수철 작가와 카뮈라니, 이렇게 감사한 조합이 있을 수 있나 싶어 진심을 담아 댓글을 달았더니 음, 서평단에 당첨되어버렸다. 공짜 책을 준다니 덥석 받긴 했는데, 고맙긴 하면서도 이걸 내가 어떻게 서평을 쓰나, 걱정부터 됐다.
2020년에 들어선 후 책을 천천히 읽는다. 일감이 많이 늘었다.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할 정도의 깊은 절망에서는 벗어났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들다는 정도의 우울은 여전하다. 그것은 어지간한 친구보다 훨씬 나와 친밀한 사이를 맺고 있어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서평 마감일이 다가오니 끙끙대다가 결국 반쯤 읽고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반밖에 못 읽었다고 밝히는 것은 양심통 탓이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스스로 거짓말을 안 한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순진해빠진 바보거나 엄청난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나는 선자에 해당한다. 거짓말을 잘 못한다. 거짓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표정에서 드러난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노다메도 아닌데 거짓말을 할 때면 괜히 시선을 돌린다던가, 말을 더듬는 식으로 티가 난다. 양심통도 있다. 거짓말이나 잘못된 일을 하고 나면 몇날며칠을 끙끙 앓는다. (상대방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딱히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결국 얼마의 시간이 지나든 울먹이며 사과를 한다. 그렇기에 나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자꾸만, 무의식중에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의아하다. 경계심이 인다. 대부분의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다. 그런데 왜 그런 순간에, 거짓말을 하는지. 내게 잘 보이려고?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어서? 아니면 자신감의 부족? 이 책을 읽다 보니 조금은 막연히 그 심정을 알겠다. 130페이지에 이런 거짓말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이중인격자가 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거부하는, 가장 적게 말함으로써 가장 적게 말하는 문학사상 가장 독특한 인물. 그것이 바로 뫼르소다, 라고 작가 최수철이 이야기한 것.
이것은 책을 보는 내내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이 책은 카뮈에 대한 작가 최수철의 목소리다. 나는 일반적인 에세이 등을 먼저 생각하고는 아, 최수철이란 작가의 목소리를 들여다볼 수 있겠구나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발견하게 되는 것은 최수철이란 개인이 거의 배제된 서술이다. 이 책엔 카뮈는 있지만 작가 최수철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뫼르소의 침묵에 대해 생각하자면, 어쩌면 이것 자체가 최수철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카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아주 독특한 방식의 침묵 말이다.
나는 그 침묵을 아직 반밖에 접하지 않았다. 얼결에 서평단에 당첨되어 서평이라기보다는 감상에 가까운 이 짧은 글을 올렸으니, 앞으로는 나의 속도에 맞춰 아주 천천히, 카뮈란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수철의 침묵을 즐길 셈이다. 한번을 읽고 잘 이해할 수 없다면 두 번, 세 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듯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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