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특히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문명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강건작 장군의 《무기와 전략의 진화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목차를 훑어보면서 든 생각은 “밀덕들이 참 좋아하겠구나”였다. 무기의 발전과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단순한 무기 이야기나 전쟁사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변화는 전쟁의 방식을 바꾸었고, 전쟁의 방식이 바뀌면 국가의 조직과 권력구조, 경제와 사회, 나아가 문명의 흥망까지 달라졌다. 그런 점에서 무기와 전략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의 변화를 또 하나의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일이다. 문명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이 특히 흥미로웠던 이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내공이다. 오랜 군 생활에서 축적한 군사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시야를 전쟁터에만 가두지 않는다. 무기와 전략, 기술과 조직, 국가와 역사를 연결하여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라본다. 현장을 경험한 군인이면서 동시에 역사를 넓게 조망할 줄 아는 저자의 안목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좋은 역사책은 과거의 사건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무기와 전략과 전쟁의 역사’를 읽으면서 어느새 ‘문명의 역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밀리터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물론이고, 세계사와 문명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더 넓은 역사적 시야로 풀어낼 때 얼마나 흥미로운 책이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