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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in님의 서재
  • 우울탈출법
  • 함영준
  • 18,000원 (10%1,000)
  • 2025-07-23
  • : 671

"무너졌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살아났다."

뻔한 말이 뻔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는 누군가의 체험이 담겼을 때다. 뻔한 말을 뻔하게 할때는 다가오지 않는다. 수많은 말 중의 하나가 되어 그저 귀에서 미끄러진다.


암에 걸려 요양원을 전전할 때 이야기다. 나를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는 암 치료법을 들이댔다. 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안달 나 있는 표정이었다. 그때마다 속으로 소리쳤다. '나도 알거든!' 그들은 뻔했다. 신문에 나온 무언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경험도 감동도 진실도 없었다. 그저 아는 것을 말하고 싶은 표정뿐이었다. 그러나 이 글귀는 달랐다. 다시 살아났다는 것! 환희가 느껴진다.


이 글귀는 『 우울탈출법』에서 가져왔다. 이처럼 정통으로 찌르는 말이 달리 있을까? 이 표현은 우울증에서 벗어난 저자가 사용한 말이지만 어떤 병이건 혹은 어떤 나락이건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울은 놀라운 단어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듯이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이라고도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번쯤 우울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회색빛 우울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밝아보인다. 즉 어떤 조건으로 인해 우울해하다가 그 조건이 사라지면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울증은 다르다. 마음의 번민이 무기력이 자신에 대한 비하가 오래도록 계속되는 일이다. 우울증에 이르면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달라진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우울증은 어디서 올까? 사실 우울증은 가까이 가기도 꺼려지고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운 빠진다. 겪는 이가 힘든 것처럼 보는 이도 힘들다. 그러나 저자는 과감히 자신의 우울증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우울증은 루미네이션 때문에 생겨난다고. 끝없는 반추,


잘 나가는 신문사 기자, 청와대, 그리고 이제는 한 언론매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그가 자신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한다.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털어놓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공황발작. 하룻밤 새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나 빠진다. 병원을 돌면서 그가 받은 진단명은 우울증.


그가 묘사하는 우울증의 증상은 충격적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서 달리고 있었다고 털어놓을 때는 읽는 나도 아찔했다. 우울증 증상이 그 정도인가? 그냥 우울증은 무기력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 아니었나? 그저 의욕을 잃고 누워만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나? 그럴 수도 있다. 그가 겪은 우울증 증상은 산란이다. 도무지 집중을 못하는 것이다. 무언가 한 가지 일을 하려고 해도 서너 시간 걸린다고도 썼다.


보통 사람의 주의 산란은 할 일이 많아서다. 한꺼번에 이일 저 일을 하려드는 것이다. 일거리가 많으면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경우에는 달랐다. 어떤 일을 하고자 했는데 그 일에 집중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만큼 마음이 산란하다는 것.


그의 나이 55세, 급격한 변화를 꾀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사회에 실망해 스스로 정치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던 것. 그 일이 붕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의 우울증 원인은 새로운 세계로의 이륙이었는데 그 이동에 실패했던 것.


그가 말하는 우울증의 주된 증상은 루미네이션, 끝없는 반추다. 반추란 무엇인가. 뇌의 작용이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동일한 일을. 패배자의 심정.


생각이란 좋은 것이다. 생각을 거듭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생각에만 골몰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생산해내기 위해, 즉 목적 있는 생각과 실패의 원인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지나간 일에는 실체가 없다. 즉 허상이다. 이미 결정되어 결론이 난 일을 곱씹는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허점투성이이기 마련이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허점이 나온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허점투성이인 채로 돌아간다. 세상사가 그렇지 않은가. 지나간 일을 수용할 때 비로서 새로운 출발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하기로 했다. 우선 의사를 만났고 처방전을 받아들었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명상. 그렇게 7개의 마음 처방전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책은 잘 읽힌다. 저자가 기자였던 덕분에 쉽고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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