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날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바로 문해력인 것 같다. 조병영 교수의 《읽는 교실》은 문해력을 단순히 글자를 읽고 정보를 얻는 능력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디지털 사회의 한 개인이 합리적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p118) 힘으로 확장해 설명한다.
사회적으로 아이들의 문해력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많은 시대에, 교육자로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저자는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 조병영 교수는 국어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을 지도하는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대한민국 문해력 교육의 전문가로서 교육과 양육에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기와 문해력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잡다한 일들을 제안한다.
저자는 문해력을 '문자로 된 기록(글)을 읽고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텍스트의 추상적 기호를 가지고 구체적 의미를 만들어서 복잡다단한 삶의 과정에 참여하는, 지적이고 정서적이며 사회적으로 맥락화된 실천 행위'로 정의한다. (p 23)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문해력 교육의 목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팎의 세상일에서 타인과 동행하면서 그들(과 자신)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유현한 소통력과 책무성을 발휘하면서 공감과 협력의 공동체를 이끌어갈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p 24) 하게 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문해력이 기본적으로 학습의 핵심 도구이고 학습의 핵심이 문해력을 다루는 일이라서, 문해력이 개인의 성장과 삶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쓸모를 갖는 문해력이 개인의 행복감뿐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회의 효능감 증진에도 기여한다는 점에 나도 공감한다.
1부 3장에서 다루는 '읽고 싶은 마음'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운데, 그는 읽는 마음 - 정서를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발달, 형성되는 사회적 개념으로 보고 있다. 학습자의 정서가 문해력 성장에 기여하고, 학습자의 인지 활동과 관련되고, 둘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p82), 글을 읽기 위해서는 인지 활동과 마음이 작동되어야 하는데, 동기와 효능감, 관심과 호기심, 의지와 태도 등이 어울려야 읽는 이가 문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읽는 재미, 글을 읽을 기회는 문해 자산을 늘리는 주요한 요소이고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쌓여 긍정적 상호작용이 생기고,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긍정적 동기가 심화된다고 한다. 결국 읽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문해력 교육의 출발점이자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독서량이 문해력 학습 기회의 양과 관련되는데 많이 읽으면 능숙한 읽기 능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고, 자신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전적 기회를 만들어 내면서 선순환하는 능숙한 독자로 성장한다는 점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는 목적이 글의 정보를 처리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앎과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것 (p115)이기에, 전문 영역에 이를 수록 심층적 읽기가 더욱더 요청된다. 그런 심층적 읽기를 위해 심층 추론 전략, 질문 전략, 독해 점검 전략 등을 교사가 체계적으로 지도해 줄 필요도 있다. (p117) 또한, 학습의 장을 학교로 국한하지 않고, 가정에서도 문해 자산을 습득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와 학교 밖 다양한 공간에서 학습 경험의 공간을 연결하며 문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교육학 교수로, 학교라는 현장에서 교육자와 양육자에게 유용한 접근법과 전략을 이론과 경험에 근거하여 2부와 3부에서 제시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사회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학생들을 정형화된 수업으로 모두에게 도움 되는 수업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접근법을 5장에서, 청소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제안은 7장에서 다룬다. 특히 7장에서 여학생과 격차가 큰 남학생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ARC (Access, Relevance, Choice 접근성, 관련성, 그리고 선택권) 모형을 제안하고, 다문서 기반 읽기 활동을 제안하는 것은 교육자와 양육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또한, 유창하게 읽기,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력 키우기, 그리고 독해력 키우기 등을 문해력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으로 소개한다. 그중 '모든 교사는 문해력 교사' (p409)라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모든 교사가 수업에서 읽기와 쓰기를 직접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 수업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읽고 쓰는지 관심을 갖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공감한다.
5부에서는 AI 시대의 문해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데, 저자는 우선 AI가 생산하고 요약한 글을 자신이 원문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세태를 지적한다. 인간과 AI 사이에 문해의 본질은 다르지만, 일상에서 AI와 함께 읽고 쓰며 살아간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이 생성 과정의 중심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AI와의 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주체적으로 문해를 실천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문해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은 인간과 AI의 협업에 기반한 읽기와 쓰기이지만, 진정한 협업은 인간이 그러한 생성 과정의 중심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직접 의미 구성 과정에 몰입하는 일)에 게을러지지 않아야 가능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 실천은 이런 점에서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학습자 윤리와 책무성을 요청한다. (p 620)
이 책은 아이들의 읽기 습관을 어떻게 키우고, 문해력을 어떻게 삶의 힘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의미 구성의 과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을 문해력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독자들, 특히 아이들의 문해력을 책임지는 교육자와 학부모님들에게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