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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망고
  •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 이경
  • 13,500원 (10%750)
  • 2023-09-20
  • : 457

결혼이나 육아는 나에게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부쩍 가까이 느껴졌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금 쉬면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본가로 내려가 두어 달 지내게 되었다. 마침 첫 조카가 태어난지 반년 정도 되었을 무렵이었는데, 일을 하는 이모들이나 친척언니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 줄 가족은 자연스럽게 내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조카와 단둘이 집에 남아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왠지 설레기도 하고 또 잘 돌봐 줘야겠다는 나름의 야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도 하루이틀이 지나자 절규로 변해 버렸다. 왜 우는지 이유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조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댔고, 나는 아이의 머리 위에서 딸랑이를 흔들어 보이거나 어설픈 폼으로 안아서 얼러 보았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죽어도 육아는 못 하는 사람이구나!


운이 좋게도 래빗홀클럽 1기에 선정되어 이경 작가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안의 단 편 두 편을 먼저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 장 한 장 아껴 읽으면서 문득 조카를 돌보던 그때가 떠올랐다. 물론 실제 육아를 하는 것과 낮에만 잠깐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괴롭고 힘들었던 경험이 되었다.


단편 속 주인공처럼 누가 단숨에 아이와 나를 싣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가는 동안 아이와 나를 동시에 케어해 주면서) 데려다준다니, 이런 달콤한 제안이 또 있을까? '황새'에 올라탄 뒤에야 편히 쉴 수 있었던 주인공을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더불어 현실 속의 '황새'가 간절할 모든 엄마들도 함께 떠올랐다.


이경 작가의 단편을 읽고 오랜만에 친척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조카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잠깐 엄마 바꾸지 말고 내 말 들어 봐. 너 어릴 때 얼마나 울어 댔는지 기억하니?" 그렇게 말하자 조카는 대수롭지 않게 "응, 알지." 하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세상에! 친척언니가 전화를 받았고 남자애라 그런가 벌써부터 무뚝뚝하다며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그리고 곧 책을 한 권 선물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언니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떠오르는 소설 한 권을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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