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輝
  • 경우 없는 세계
  • 백온유
  • 13,500원 (10%750)
  • 2023-03-30
  • : 5,170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얻지 못해 평생을 쫓기만 해야 하는 불공평함을.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저마다 다른 크기의 고통이 삶에 어떤 상흔을 남길지를.
세상이 넓어진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넓지 않은 세상에서는 티끌조차 얼마나 큰 걸림돌일지를.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정말 시간만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게 맞는지를.

어느 순간부터 감정에 매몰될 것 같은 글들은 조금 주저하게 된다.
이야기도 영화도 노래도 슬프지 않고 즐거운 걸로만 찾아 읽다, 이렇게 불쑥 맞닥뜨리면 깊숙이 제쳐놨던 묵은 감정이 몽땅 밀려오는 것 같다.
한참을 여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더 신나는 노래와 더 웃긴 이야기를 찾아 또 헤매겠지.
그렇게 잊고 살다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남몰래 시선을 두다가 또 감정이 밀려올까봐 서둘러 발을 뗄 테지.

옥탑방에서 시작되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역시 그랬다.
영화 <박화영>이나 <어른들은 몰라요>를 볼 때처럼.
인수의 현재와 과거가 뒤엉켜 머릿 속을 채우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성연과 이호와 A와 경우가 응어리처럼 몸 어딘가를 꽉 막고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한동안은 이 모든 일을 홀로 곱씹어야 할 테다.

세상은 어쩌면 그렇게 못 가진 자에게 더 가혹하고, 없는 자에게 더 잔인한지.
작은 것이나마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쓸모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에서 덜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사람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의 감정의 크기를 축소시키고, 자신이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처에 널린 악의를 무시한다.
안 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과연 남은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인수는 어떻게 지금까지 자라왔는지.
보기 힘들어도 이들의 결말에 눈 돌리면 안 된다는 건 안다.
어떤 식이든 꿋꿋이 버텨서 스스로 쟁취한 삶일 테니 끝까지 지켜 봐야지.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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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따뜻하다고 하니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내 살갗을 에는 듯한 이 한파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언제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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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쳐 조금씩 나눠 써야 할 분량의 용기를 나는 그날 어머니를 구하는 데 모두 써버렸기 때문에, 용기라는 것은 내 삶에서 완전히 고갈된 자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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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은 거절하면서 몰래 천원씩 훔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적은 돈,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 돈을 훔칠 때 느끼는 죄책감이 신세를 지면서 느끼는 부채감보다 가벼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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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내가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데 누구도 나에게 호의를 베풀 마음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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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 미쳤는데, 사람들이 우리보고 미쳤다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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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
˝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

📎
부디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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