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러브 몬스터
輝 2023/02/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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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몬스터
- 이두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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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3-02-06
: 3,331
˝세상에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을 외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저도 그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너무나도 강렬한 문장을 도저히 지나치지 못하고 서평단을 신청하고야 말았다.
사실은 저 문장 외에도 이 책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건 ‘우리 회사에서 이런 책이 나오다니!‘ 라는 창비 마케터의 한 마디였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기대감으로 충만한 독서의 시작이었다.
이야기는 아침 열시 이십분, 한 구청 주최 소개팅 행사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아무런 배경 지식없이 책장을 넘기던 나는 이내 불쑥 돌진하는 트럭에 경악하고 갑자기 범람하는 수영장에 또 놀라고 만다.
시점과 배경이 휙휙 바뀌면서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그 모든 장소가 눈 앞에 펼쳐질 듯 너무나 선명한 묘사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을 곧 수긍하게 만든다.
엄마의 실종과 불륜과 시한부 선고 등등, 이야기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비집고 들어가 자꾸만 어딘가를 향해간다.
영화 <기생충>의 가정부 문광을 떠올리게 만드는 허인회의 빗속 등장씬은 마치 가장 어두운 새벽, 네비 없이 한 치 앞도 모르는 도로에 선 기분을 맛보게 한다.
흡사 실화 탐사를 떠올리게 하는 잠입 취재에 미행까지, 한쪽에선 첩보 영화가 나오는 사이 한쪽에선 혼자만의 격정 멜로가 상영된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안 온다.
‘이게 사랑이 맞나?‘ 혹은 ‘저건 사랑이 아닌 건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자, 이것도 사랑이야?‘, ‘그럼 이것도 사랑이라고 할래?‘ 라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달콤함으로 숨겨 놓은 게 사실은 몬스터였단 걸 순식간에 드러내며 이야기는 점점 기괴하고 음산하게 뒤틀려간다.
‘그래서 결국 사랑이 뭔데?‘라는 질문이 혀 끝에 걸리려는 순간 나는 다음 페이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다.
조우경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엄지민은 무사히 엄마를 찾는지, 허인회는 그래서 사랑을 가지게 될 건지.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에 나만 두고 차가 떠나버린 기분.
이제 막 떨어지기 직전의 롤러코스터 정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
안 탔으면 모를까 발 들인 이상 추락하지 않고는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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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고 자살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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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보라의 기준에서 사랑은 더는 내밀 패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다. 패배를 앞둔 염보라의 최후의 패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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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은, 태이가 달리기를 할 때마다 ˝왜 운동장 가운데를 비워놓고 달려야 해? 난 한가운데로 달리고 싶은데˝ 하고 투덜거리며 웃던 모습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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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이 아니야. 그 사람만 보면 심장이 뛰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데. 내 눈에 그 사람밖에 안 보이는데 어째서 이게 사랑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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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넘치지 않도록 애써왔는데, 넘실거리던 마음속 풀장이 넘쳤다. 허인회가 그 안으로 육중하게 뛰어든 탓이다. 풀장의 물이 뜨겁게 달아올라 폭포수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허인회가 제멋대로 유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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