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輝
  •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 설재인
  • 13,500원 (10%750)
  • 2021-08-12
  • : 630
4.5
개연성 조금 부족하다고 이 재미를 가릴 수 있을까.
아쉬운 건 더 확실한 정답과 더 분명한 해결, 그리고 겨우 엄주영의 연락만으로 배중숙씨의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 같은 것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엄주영이 펼쳐낸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난 그러지 않았다는 떳떳한 주장.
그게 무언가 지나간 시간을 향한 위로 같아서 좋았다.
어느 이야기에서 발랄함을 뺀 것이 나의 일상이었고 조금 더 색채를 죽인 것이 내 과거였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통쾌함을 씁쓸하게 맛보다가, 또 어느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현재이고 현실일 텐데 단단한 전완근도 못 가진 그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나 하는 걱정에 이르고 만다.
누군가에겐 전혀 연관도 없을, 그러나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들을 조각 조각 짜맞춰선 판타지로 덮어버린 이야기.
허무맹랑함이 끼어있다고 비현실적이라 말하기엔 이들이 기를 쓰고 버티며 쥐어 짠 용기가 너무 가상하지 않은가.
재미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막걸리의 텁텁함처럼 끝내 남을 이야기였다.


📎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인서울 해서 해방될 때까지 집에서 보고 배운 게 그것뿐인데, 엄마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별수 있었을 것 같아? 십여 년을 그런 집구석에서 커야 했던 아이가 짠, 하고 성인군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
엄마는 집을 나가려면 나를 데리고 나가야지. 그래야 엄마지. 엄마라면 이렇게 나를 버릴 수는 없는 거였다.

📎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결국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지는 건요, 늙은 여자예요.
그리고 우리도 늙은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요.

📎
그런데 지금 나는 걱정 돼. 네가 나중에 그런 일을 똑같이 겪을까봐. 그리고 그땐 너를 구할 사람이 없을까 봐. 그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남남이 아니라 네 남편일까 봐. 그래서 아무도 끼어들지 않은 채 남의 집 사정이라고 불구경할까 봐.
그게 무섭다고.

📎
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 줄 알아?
연재는 우리 엄마처럼 안 되는 거야. 평생 갚을 생각도 능력도 없는 자식한테 돈이며 사랑이며 퍼주는 여자가 안 되는 거.

📎
용기는 셀 수도 없고,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고, 무게를 잴 수도 없어요. 각자 다른 저울을 쓰니까. 그러니까 그냥, 똑같은 용기를 낸 거죠. 그 모든 사람들이.

📎
내가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내 전완근 만져볼래?˝
너는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됐어.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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