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앞에서는 다름을 생각한다. 나랑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 그래서 그 사람의 뇌는 나랑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질문을 아예 제목으로 만든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쇼와대 객원교수이자 뇌 전문의인 가토 도시노리가 쓴 책인데, 1만 명 넘는 사람의 뇌를 MRI로 봤다는 이력이 표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읽다가 제일 오래 생각했던 건 <양면성> 이었다. 집에서는 폭군인데 회사에서는 멀쩡한 남편 얘기. 피해자가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건지, 못 벗어나는 이유가 이 양면성 때문이라는 설명에는 그리 멀지 않는 경험에서 공감이 됐다. 친구의 남편이 그렇게 양면성이 있었는데, 밖에서 평판 좋은 사람이 가정에서 이런 차이와 간극이 있다면, 당하는 쪽은 자기 기억부터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책의 앞 부분에서는 전두엽이 덜 발달해서 괴롭힐 수 있다는 해석을 근거 없다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노년의 심술을 전두엽 기능 저하로 설명한다. 맥락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뇌 탓으로 돌리는 건 너무 가해자 편이 되어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책은 용서하자는 뜻이 아니라고 먼저 선을 긋는다. 전두엽 문제는 그 이유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 대처라며, 선을 긋는다. 일단 뇌 이야기가 너무 매끄럽게 설명돼서, 가해자는 그럴 수 밖에 없다라고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이 책에 얹고 싶은 생각은 따로 있다. 꼰대 문화가 안 사라지는 건 당한 사람이 되갚고 싶어지기 때문 아닐까. 상사한테 당했으면 내 후배한테도 똑같이 해주고 싶은 마음. 위에다 대고는 하극상을 할 수 없으니 아래라도 풀고 싶은 마음. 책에도 자신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 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긴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읽으면서 그 마음이 더 더욱 공감이 되어서 씁쓸했다. 거기에 가해자가 공격으로 얻은 성공 경험을 천천히 굳혀간다는 부분까지 얹으면 주장에 힘이 실린다. 후배가 말없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게 곧 성공 경험이 되니까. (개인적으로 나르시스트 상사가 있었는데, 자기애가 엄청났었다.)

방관자들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에게 향하는 괴롭힘을 보면서도 입을 닫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알리면 그 화살이 나에게 온다, 이건 방관자의 심리다. 그러니 보는 사람이나 목격자 모두 입을 닫는다. 당연히 이후 가해자는 습관이 되고, 제재 또한 없어진다. 책의 3단계 대응(단절, 거절, 전문가)이 일본이라서 가능한 건지, 우리 조직에서도 통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인원수로 맞서라는 조언도 위계가 센 곳에선 그 인원 모으는 것부터가 일일 것이다.

뭐 어쨌든, 누구나 가해 모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나는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인지 못하고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 그런 기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의 맨 끝장에는 테스트가 있다. 확인하는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