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저자는 일본인으로 세포 노화와 노화세포 연구를 오래 연구해온 학자다. 책 곳곳에 규슈대학교 하라 에이지 교수, 미우라 교코 교수 같은 실제 연구자들 이름이 계속 나오는 거 보면, 최신 연구 결과를 그대로 가져와서 설명하는 느낌이 든다. 노화라고 하면 그냥 몸이 염증으로 아프고, 기능이 떨어지는 걸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세포 단위에서 < 증식 정지> 상태로 굳어버리는 거라고 한다. 가역적 정지랑 비가역적 정지를 나눠서 설명하는 부분도 새로웠다. 피부세포는 상처 나면 다시 증식하는데, 노화세포는 한번 멈추면 그걸로 끝이니 말이다.
노화세포가 염증 물질을 뿜어낸다는 SASP, 그럼 그냥 다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근데 하라 에이지 교수는 노화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걸 막는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고 말한다. DNA 손상이 너무 심하면 그 세포를 아예 멈춰버려서 암으로 가는 걸 막는다는 논리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벌거숭이두더지쥐 얘기가 제일 흥미로웠던 것 같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노화세포를 스스로 없애는 구조가 있어서 오래 산다. 두더지 쥐는 세포 안에 세로토닌을 축적하고 있는데, 세포가 노화하면 효소의 작용을 통해 세로토닌에서 유해 물질이 만들어져 세포가 스스로 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도 이 유전자만 가져오면 되지 않나?
그런데 저자는 이 쥐가 노화세포를 잘 제거하는 대신 상처가 잘 안 낫고 감염에는 약하다는 걸 이유로 유전자 실험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오래 사는 것도 뭔가 하나는 포기해야 얻어지는 가 보다.

책에서는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일반 쥐보다 10배 안팎을 더 사는 동물을 예로 들기도 하고, 일본인의 평균 수명이 높은 것을 염증이 적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만약 인간이 50년을 더 산다면, 노화없이 10년을 더 살수 있는 기술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화와 부자의 상관관계, 돈 있는 사람만 계속 젊고, 없는 사람은 여전히 늙어 죽는 격차가 생길 거다. 이건 지금까지의 빈부격차랑은 차원이 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불평등은 더 심화되지 않을까. 게다가 늙지 않는 사람들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면, 세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던 변화나 새로운 시각도 멈춰버릴 것이다.
책에서는 40대가 넘어가면 자가면역질환이 늘어나는 이유를 <흉선 노화>로 설명하는 하고 있다. 40대가 되면 새롭게 교육되는 T세포 수는 신생아기의 100분의 1 수준이 된다고 한다. 100분의 1이면 거의 안 만들어지는 수준 아닌가... 그런데도 그동안 쌓인 T세포로 버틴다는 게, 뭔가 낡은 부품으로 계속 돌아가는 기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화를 없애는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그게 깔끔하게 좋기만 하진 않을 것 같다.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뭔가는 얻고 또 뭔가는 잃을텐데, 그런 보상성 아닌 댓가가 인간한테는 어떻게 펼쳐질까. 하지만 젊다는 것, 영원히는 아니어도 몇 십년을 아프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에서, 누구나 과학의 발전을 열광적으로 응원할 것 같기는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