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솔직히 나는 코인 얘기만 나오면 귀를 닫아버리는 편이었다.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해도 그게 다 실제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테이블 코인] 이라는 말도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어봤다. 진짜 코인에 대해서는 1도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읽게 된 책이다.
근데 읽다 보니까 자꾸 궁금한 게 생겼다. 삼성페이랑 교통카드 얘기 나오는 부분이 그렇다. 그렇게 되면 스타벅스도 은행이 된다. 나는 그냥 앱에 돈 충전하고 커피 사 먹는 거였는데, 그 충전된 돈을 회사가 굴려서 이자를 챙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형 은행 자산보다 스타벅스 앱에 쌓인 돈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올 땐 좀 어이가 없었다. 내 돈으로 몰래 돈을 벌고 있었다니.이걸 머리가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큼 내가 세상 돌아가는 걸 몰랐다고 해야할까.
삼성페이 부분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휴대폰 갖다 대는 순간 내 통장에서 돈이 바로 편의점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삼성페이는 돈을 보내는 게 아니라 결제 승인을 해주라는 신호만 보내는 거고, 진짜 돈은 은행이랑 카드사 거쳐서 며칠 뒤에 정산된다는 거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런 중간 과정 없이, 그냥 바로 옮겨간다고 한다. 이 차이를 알고 나니 주변에서 왜 코인코인 하는 지 알것 같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혁신이었다.

책에서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만 다루지 않고, 메디치 가문 얘기부터 시작해서 잉글랜드 은행, 뉴턴, 그다음에 지금 테더랑 서클까지 쭉 이어 설명한다. 스테이블 코인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건지 역사를 통째로 보여준다. 코인 얘기 하면 요즘 기술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600년 전 피렌체 뒷골목부터 시작하는 코인을 얘기하는 건 좀 신선했다. 이 책의 제일 큰 특징이 그 부분인 것 같다. 기술 설명이 아니라 역사로 먼저 코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역시 옛날에도 지금이랑 똑같이 누가 진짜 돈을 관리하느냐를 두고 싸운다. 메디치 가문이 비밀 장부로 권력을 쥐었다가 무너지고, 그다음엔 나라가 그 자리를 가져가고, 이제는 테더나 서클 같은 회사가 그 자리에 앉아있다. 그럼 다음은 뭘까?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치매 있으신 어르신이나 한정치산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돈 관리를 정부나 후견인이 대신 해주는 제도가 있다던데, 그럼 앞으로는 이런 디지털 돈도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해서 관리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닐까. 책에서 딱 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었는데, 거버넌스가 회사 손에만 있다는 부분을 읽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 생각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제일 공감이 많이 됐다.
전체적으로 코인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가 쉽게 되게 써놨다는 게 제일 좋았다. 교통카드 비유, 스타벅스 비유, 삼성페이 얘기 나올 때마다 바로 감이 왔다. 뭐 어쨌든, 코인에 대해 1도 모르던 나 같은 사람한테는 입문서로 이만한 책이 없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