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불교는 약 25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나는 종교를 믿는다고 딱 잘라 말하긴 그렇지만, 윤회와 전생에 대해서는 믿는 편이다. 가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 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받고도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깨달음을 줄 만한 문장이 있는지, 내가 감화될 만한 글이 있는지.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기독교인은 교회를 불교인은 절을 찾는다지만, 무교인 사람들은 공감할 문장 하나를 찾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인 마스노 슌묘는 일본의 선승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다. 책의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의 가르침을 현대인의 일상에 맞게 풀어내는 책을 꾸준히 써 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화를 다루는 이야기였다. 살다 보면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되갚아 주고 싶어질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사람은 받은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역지사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뻔뻔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의 내용을 공감할 수가 없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고 흘려보내라니. 그렇게 흘려 보내다가 스트레스로 내가 먼저 죽을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 . 그런데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니, 책이 말하는 핵심은 상대를 봐주라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 때문에 내 마음을 망치지 말라는 거다.

욕을 들었을 때 똑같이 욕하면 순간은 시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결국 상대가 내 감정을 끌고 다니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거리를 두고 지나가 버리면 적어도 내 하루는 지킬 수 있다. 뒤로는 진 것 같아 찜찜할 수 있어도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 있다. 책에서 말하듯,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피해를 받으면서 "저 사람이 안타깝다"는 마음을 갖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라리 불교의 업 사상이 더 설득력 있다. 이번 생에서 함부로 산 사람은 다음 생에서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른다. 이런 사상이 차라리 더 낮다. 윤회를 믿는 입장에서는 그쪽이 훨씬 납득이 된다. 지금 참는 게 무의미한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자기 업을 쌓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이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안정시켜 주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불교의 비사량이라는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에 휘둘리지는 말라는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심호흡을 하고 잠시 자리를 피하는 행동도 수행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수행이라... 예전 같으면 이런 말을 너무 이상적으로 받아들였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처럼 들렸다. 세상에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고들 하지 않나.

반면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삼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불교에서는 몸으로 짓는 업, 말로 짓는 업, 마음으로 짓는 업을 중요하게 본다. 결국 행동과 말과 생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을 대할 때 반갑다는 마음으로 인사하고,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 주고, 물건 하나를 건네더라도 정성을 담으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후반부에 나오는 (수가무명월청풍}이라는 구절도 있다. 어느 집에나 밝은 달빛과 시원한 바람이 찾아온다는 뜻인데,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준비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봄바람이 불기 전에 꽃 피울 준비를 마친 매화나무의 우화도 결국 같은 뜻이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는 것. 너무 당연하게 뻔하게 들리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내용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화를 내는 사람보다 화를 다스리는 사람이 더 강하고, 남을 이기려는 사람보다 자기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은 크게 공감했다.
책에 나오는 문장 중에서 특히 공감가는 말이 있었다. < 달빛은 누구에게나 비춘다> 는 말이 그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아직 내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달빛이 늦게 들어오는 창문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