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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
  • 우다가와 토모카즈
  • 17,010원 (10%940)
  • 2026-03-20
  • : 96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회사에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 엇나가고, 설명을 하면 오히려 더 꼬인다. 이게 내 문제인지, 상대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 책의 표지에 적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지금 내 상황과 너무 닮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HR 관련 상을 받은 인물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이런 상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기보다, 실제 조직 문제를 다뤄온 경험을 인정받는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상인 <대한민국 인사혁신 대상>이 있었다. 그런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의 HR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타인과 일을 한다는 것]은 일본 작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의 방향을 대화라는 현실적인 답으로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방해가 되는 부분이 뭔지, 반대로 일이 잘 풀리게 만드는 요소는 또 뭔지 하나씩 짚어가면서 설명해준다.




책은 그 이유를 '내러티브의 골짜기'라는 말로 설명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이야기가 달라서 아무리 대화를 해도 접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머리로는 알고 있던 얘기다. 그냥 알고 있는 거랑, 글로 정리된 걸 읽는 거랑은 다르긴 하더라. 특히 MBA 이야기가 그랬다.



"상사가 무능해서 MBA를 취득하러 왔다."



피식 웃었다가, 바로 뜨끔했다. 저 말을 한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상사를 논파해서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그 마음. 자격증을 따면, 더 좋은 논리를 들고 오면, 숫자로 보여주면 그때는 인정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 그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전혀.



근데 저자는 그 방향이 결국 조직 안에 적을 늘리는 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겨도 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솔직히 불편했다. 그럼 그냥 당하고 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수긍이 바로 되지 않았다.


읽으면서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말은 ‘내러티브를 옆으로 치워라’는 말이었다. 솔직히 이게 제일 어렵다. 사람은 결국 자기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히 상대가 답답하게 느껴질수록 더 그렇다. 나 역시 저건 틀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그런데 책은 그 확신을 잠깐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틀렸다는 판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상대를 관찰하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납득이 잘 안 갔다. 맞고 틀린 게 분명히 있는데 왜 그걸 미루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이 말하는 '내러티브를 잠깐 옆으로 치워두기'가 이 상황에서 얼마나 가능한지, 읽으면서 계속 그 생각이 걸렸다. 치워두려면 일단 안전하다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반응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게 없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내려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인가. 책이 그 부분까지 짚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개발부와 영업부 이야기는 좀 천천히 읽었다.

구조 자체는 단순하다. 개발부는 영업부가 제품을 제대로 이해 못 한다고 생각하고, 영업부는 영업부대로 기존 제품 팔기도 빠듯한 현실이 있다. 어느 쪽도 틀린 게 없는데 서로에게 적이 된다. 읽으면서 상사-부하 관계가 계속 겹쳐 보였다. 상사에게도 상사 나름의 압박이 있고,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그쪽 시각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일 수 있다는 것. 머리로는 알겠는데, 감정이 거기까지 잘 따라가질 않는다.



관찰 단계에서 나온 말이 하나 걸렸다. 협력자를 찾지 못했다면, 그건 아직 자신이 기존 내러티브에 너무 얽매여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읽을 때는 그냥 넘겼는데 나중에 자꾸 다시 생각났다. 나는 그동안 관찰을 한 건지, 아니면 내 판단을 확인하려고 주변을 둘러본 건지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의 방식이 모든 상황에 통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자기 확신이 강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형이라면(나르시스트라면) 이 방법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책은 관계를 완전히 해결해주진 않는 것 같다. 그냥 조직생활을 이런 식으로도 볼 수 있구나 정도까지인 것 같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바꾸는 방법을 찾기보다 내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준비-관찰-해석-개입’이라는 흐름도 결국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틀에 가깝게 느껴졌다.



책이 나를 바꿔놓진 않았다. 다만 내가 답답해하던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순 있었다. 그걸로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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