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사랑니
  • 인간관계의 뇌과학
  • 에이미 뱅크스.리 앤 허시먼
  • 16,920원 (10%940)
  • 2026-01-28
  • : 1,160



[인간관계의 뇌과학]은 인간관계를 “마음의 문제”로 보기 보단, “몸과 뇌의 문제”로 본다는 점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쉽게 화를 내고 예민해지며, 관계를 끊어내고 싶어질 때, 흔히 성격 탓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유를 반복된 신경 회로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 설명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진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남아 온 뇌가 아직 방향을 바꾸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 공감된다.




그중에서도 샐리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거짓말이라는 행동 (샐리는 남자친구에게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본모습을 알면 상대가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관심을 유지하려고 더 자극적인 거짓말(가족의 죽음이나 강도 사건 등)을 보탰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샐리의 뇌에는 이미 <거짓말 경로>라는 깊고 미끄러운 빙판길이 만들어져 있었던 셈이다. 하나만 놓고 보면 도덕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 사례는 그 거짓말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끝까지 따라간다. 외로움, 연결되고 싶은 욕구,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차례로 이어지며 하나의 경로를 만든다는 설명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변화가 개인의 각성이 아니라 <잠깐 멈춤>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단 1초라도 멈추게 만드는 장애물이라는 표현이 오래 남는다. 샐리가 바비큐 소스라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자기 의견을 말하며 작은 성공을 맛본 것처럼, 아주 미세한 변화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뇌의 관성을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흔히 인생을 바꾸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아주 사소한 개입이 신경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스마트 미주신경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안전하다는 신호를 얼굴과 목소리에서 배우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 곁에서 편안해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익숙해서다. 후안의 사례는 특별한 비극이라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형태로 겪어왔을 이야기처럼 보인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혼자일 때만 숨이 편해지는 사람들 말이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를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로 쉽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과학적으로 읽힌다. 신경계가 이미 위험에 대비하도록 설계되어 버렸다는 설명은 냉정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모든 관계의 문제를 신경화학으로 설명하려는 건 거리감이 든다. 관계에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강점은 내가 왜 힘든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줌으로써, 막막한 마음에서 빠져나올 첫 번째 구멍을 찾아준다 이해는 곧 선택지를 늘린다는 점에서, 이 접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인간관계의 뇌과학]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뇌가 바뀌고, 뇌가 바뀌어야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책 속 <뇌를 바꾸는 3가지 규칙>에서는 건강한 인간관계가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화학물질을 통해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변화는 의지보다 반복에 가깝고, 그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관계라는 주장이다. 오래된 습관은 머릿속에 난 고속도로 같아서 억지로 막기 힘들다. 차라리 그 옆에 더 매력적인 새 길을 닦아서 자연스럽게 그리로 다니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스마트 미주신경에 대한 설명에서는 왜 어떤 사람은 관계에서 쉽게 긴장하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평온한지를 다룬다. 어린 시절 안전한 표정과 목소리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경우, 신경계는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한 채 굳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몸이 먼저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인간관계가 왜 잘 맺기 어려운지를 학습과 경험에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공감했던 대목은 <고립은 학습을 멈추게 한다>라는 부분이다. 혼자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고가 경직되고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말은 경험에 비추어 봐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때로는 홀로 버티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성장이 멈춘 상태에 가깝다. 타인과 부딪히고 소통해야 뇌가 깨어나고 새로운 길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변화의 종착지를 오직 <관계>에만 두는 것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어떤 변화는 고독한 사유 속에서 싹트기도 한다. 관계가 성장의 촉진제일 순 있지만,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를 어떻게 스스로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이 관계를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버티는 데에만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관계의 뇌과학]은 인간관계를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역사로 바라본다. 왜 어떤 관계는 숨이 막히고, 어떤 관계는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지를 뇌의 변화로 설명한다. 상처를 극복하라고 말하기보다, 왜 아직 벗어나기 어려운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관계에 지친 사람에게 심리보다는, 과학적 이유를 건네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