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청의 기술]은 일본 특유의 섬세한 정서와 말보다 듣기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결이 드러난다. 이 책은 동양적 철학서라기보다는, 듣기를 이유와 구조로 설명하려는 소통에 가깝다.
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경청>을 태도와 미덕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언어, 문화, 사회적 맥락, 소리의 물리적 특성까지 끌어와 듣기를 설명한다. 일본어의 (聞く)라는 개념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 서구식 대화 문화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그리고 인간이 말을 듣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판단과 함께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과정은 듣기가 결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 그래서 쉽게 읽기에는 어렵고, 깊은 내용을 기대하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중간 지대가 이 책의 개성이자 동시에 약점처럼 보인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지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설명은 충분하지만, 읽고 난 뒤 강하게 남는 생각은 다소 적은 편이다. 듣기의 중요성은 반복해서 강조되지만, 그 반복이 점점 설득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다. 핵심 개념으로 제시되는 <14개의 마음으로 듣기> 역시 흥미로운 시도이긴 하나, 개념이 추상적으로 머무른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Kiku>는 처음부터 (경청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보다는, 이미 말의 온도나 대화의 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누군가의 말을 끊지 않는 법, 침묵을 견디는 태도, 배려가 담긴, 듣기가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많은 경청 관련 책이 "잘 들어줘라”, “공감해줘라”는 말에 머무는 반면, [경청의 기술]은 사람이 말을 듣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요소들이 작동하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왜 어떤 대화에서는 피곤함을 느끼는지", "왜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지"를 이해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청을 넘어 인간관계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주제들로 바꿔준다. 그래서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