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가 사랑한 밤]과 [화가가 사랑한 바다] 시리즈의 3번째 [화가가 사랑한 파리]는 제목처럼 "파리"를 무대로 활동한 거장 17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 속에서는 <장 베로> 작가의 그림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는 파리의 일상과 사교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장 베로>의 그림체를 좋아하는데, 사실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그의 그림을 보면, 당시 파리의 소리나 냄새, 그리고 분위기까지 전해져 오는 듯 하다.
[화가가 사랑한 파리]에서 대부분의 작품들은 쓸쓸한 계절감이 느껴진다. 겨울의 느낌과 너무 잘 어울리는데, 파리의 실제 기후는 흐리거나 안개가 많은편이라 작품의 분위기가 맞물려 보이는 것 같다.
[화가가 사랑한 파리] 책의 장점
1. 17인의 거장 101점을 모아 테마처럼 읽기 좋은 구성이다.
2. 정우철도슨트의 현장감있는 해설이 전시장에서 해설을 듣는 느낌을 준다.
3.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형식이 동일하다.
4. 책의 페이지가 두꺼운 편이라 소장 가치가 높다.
5. 특별부록으로 엽서 5종이 제공된다. 마치 파리를 다녀온 기분이 난다.
6. 엽서가 있어 선물용으로도 좋다.
특히 <마르크 샤갈>의 생애를 "창문"이라는 이미지로 설명한 부분은 새롭다. 20대의 시작이라는 창문, 30대의 창문은 버티는 것. 그리고 80대의 창문은 고마웠다고 말하는 순간이라는 느낌은, 샤갈의 이야기를 한 삶으로 표현해 낸다. 미술 이야기인데도 삶을 이야기하는 시선으로 읽힌다.
작가는 사랑과 연인을 주로 그리는 샤갈의 기억을 "험난한 세상을 버티기 위한 기술로 사랑을 그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샤갈을 훨씬 더 깊고 단단한 예술가로 보이게 만든다. 정우철 작가의 그림을 설명하는 기술이 감정까지 더해져 진해진다.
그래서 인지 후반부 설명은 거의 "인생 에세이"에 가깝다. 창을 열어 빛을 들이거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는 것 등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조용한 조언처럼 느껴진다.
<조르주 쇠라>의 이야기는 한강라면에서 센강으로 이어지는 도입부가 너무 절묘했다. 19세기 파리로 들어가는 설명이 아니라 산책하듯 옮겨지는 19세기 파리의 풍경은 우리도 주말에 쉬러가는 그 풍경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한다. 정우철 작가는 예술을 일상과 같은 눈높이로 옮겨 보길 바란듯 하다.
특히 "색을 팔레트에서 섞는 대신, 관람자의 눈에서 섞이도록 유도했다"는 이 부분은 예술을 달리 보게 한다.
더구나 저자가 주목한 장면 중 하나인 "정면을 응시하는 소녀의 시선"에 대한 설명은 압권이다. 소녀의 시선은 관람자에게 "당신은 이 풍경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라고 직접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저자는 영화 <페리스의 해방>에서 주인공이 그림 앞에서 느끼는 "내면의 공허함"이라는 해석과 맞물려, 쇠라의 작품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관람객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음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더불어 영화 <페리스의 해방>도 궁금해진다.
파리를 거쳐간 모든 예술가의 삶을 통해 스스로의 삶의, 색을 찾아보도록 만든다. 정우철 도슨트의 [화가가 사랑한 파리]는 미술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은유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역시 미술을 좀더 걸작으로 느끼려면 도슨트의 시선도 함께 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림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감정과 삶까지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