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리더기의 세계에 발을 들인지 10여 년. 국내 해외 제품 가리지 않고 사용해왔지만 컬러 리더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각종 리뷰만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던 차였습니다.
무엇보다 컬러 리더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두운 화면, 느린 속도, 잔상 등 아직까지는 여러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 몇 년은 기술이 발전하기를 얌전히 기다릴 생각이었습니다. (바형 or 10인치 이상, 컬러 300ppi, 색상 표현력 및 속도 개선... 을 기다리고 있었죠. 하하하)
하지만 굿즈 장인 알라딘, 피드백 장인 알라딘에서 오랜만에 출시한 크레마 시리즈!!! 그것도 물리키 버전!!! 각종 이벤트!!!!! 주력 서점에서 이렇게 상품을 준비해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더군요.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G를 사용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물리키 제품만 목빠져라 기다리던 1인)
무엇보다 요새 구독 서비스가 폭풍 성장을 하면서 종이책 구매 비율이 급감해 알라딘 등급도 떨어졌겠다, 다시 플래티넘으로 올릴 겸, 매일 적립금 100원도 계속 챙길 겸 시원하게 세트로 질러버렸습니다. (아, 그리고 책도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같이 배송되더니 리더기도 총알 배송이더군요ㄷㄷ)
또, 얼마 전부터 기대 중인 알라딘의 만권당 서비스! 알라딘에서 출시한 기기이니만큼 서비스 호환이 원활할 것이라 생각해 미리 투자한 부분도 있습니다ㅎㅎ 매번 타 서점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며 아쉬웠던 점이, 구독 서비스에서 읽고 마음에 든 작품은 주력 서점사에서 종이책으로 사든 이북을 사든 소장해버리는데... 이게 이북을 구매하는 경우 서점사 간 하이라이트 연동이 안 되기 때문에ㅠㅠ 그걸 하나 하나 수동으로 옮기느라 미칠 노릇이었던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구독 서비스가 막 성장할 때 제 주력 서점인 알라딘이 나서서 시장을 장악해줬음 했었는데요ㅠㅠ 종이책 구매하면 종이책이 배송되는 동안 해당 도서를 이북으로 일시적으로 이용하게끔 해준다든지하는 서비스도 꿈꿨던 1인... 이런 건 종이책 판매 서점사만 가능한 일일 것 같아서 그런지 왠지 알라딘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쨌든 크레마C 후기로 돌아가면,
이것저것 설정하고 사용해보면서 점점 더 마음에 들게 되는 기기였습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사용한 후기!)

(열심히 쓰고 있는 2025 알라딘 다이어리를 배경으로, 알라딘 홀로그램 스티커로 꾸며준 크레마C! 물리키 모델들은 물리키 사이로 이물질 유입이 쉬워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주면 개성도 챙기고 관리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1. 화면에 대하여
예상은 했지만 (백라이트 off 기준) 화면이 어둡더라구요. 라이트를 켜면 미묘하게 화면 바탕이 깨끗해보이지 않아서 '흠...' 하게 되고.
하지만 리더기를 사용해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원래 리더기는 독서 조명 아래서 읽을 때 (즉, 화면이 빛을 받을 때) 화면이 더 깨끗하게 밝아 보이고, 그 독서 조명 중 최강 조명은 자연 조명인 햇빛입니다. 제 경우 백라이트를 완전히 끈 후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보니 일반적인 리더기와 패널 밝기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습니다. 햇빛 아래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환하고요.
따라서 야외 독서, 보조 조명 아래에서의 독서를 추천드리고, 그 이외의 상황에서 리더기 백라이트 조명을 적절히 설정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짱뚱이의 시골생활> 실내 스탠드 조명 아래 화면. 수채화 느낌 너무 예쁩니다ㅠㅠ)


(네이버 웹툰 <허리케인 공주님>. 비 오기 전 흐린 햇빛 아래 화면입니다. 햇빛은 강할수록 화면이 더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먼지입니다ㅠㅠ 사진 찍기 전에 닦았어야 했는데... 기기는 화이트 스팟, 블랙 스팟, 빛샘 하나 없는 양품입니다.)
2. 속도와 색감, 잔상에 대하여
아무래도 컬러 리더기는 흑백 리더기에 비하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배터리도 더 빨리 닳고요. 일반적인 책넘김은 빠르든 느리든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데, 그 이외 작업을 하려 한다면 동일 사양 흑백 리더기에 비해 답답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스크롤... 이건 최적화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스크롤이 많이 느립니다. 잔상은 이북 리더기의 특성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컬러가 더 심한 편이고요. 하지만 화면 전환 이외에 다운로드 속도 같은 것은 확실히 빠릅니다! 저장공간 256기가를 넣어준 것으로 이 기기가 만화 용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도 있죠ㅎㅎ 이전에는 만화책 다운받느라 한세월이었는데 슉슉 받아져서 좋습니다.
저의 경우 웹툰과 컬러 만화 단행본, 교양 수준의 미술 서적 혹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 정도를 읽을 생각으로 구매했는데요,
1. 웹툰
일단 지금 당장은 웹툰을 앱을 통해 보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기준 웹툰은 설정을 아무리 뒤져봐도 스크롤 방식만 지원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 스크롤 자체가 느릴 뿐더러 잔상이 어마어마하게 남기 때문에 제대로된 감상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유일하게 볼만한 것은 컷툰이었는데 이것도 네이버 시리즈앱만 물리키를 지원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 이외에는 물리키를 사용할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추후 업데이트로 물리키 연동만 된다면...! 아ㅏㅏㅏㅏㅏㅏ무 문제 없이 만족스럽게 감상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면 이걸로 웹툰은 못 본단 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리더기와 웹툰 앱 간 호환성이 실망스러워 기기를 정리할지 업데이트를 기다려볼지 고민했습니다만... 크레마C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Einkbro라는 앱이 있습니다. 바로 이 앱이 리더기에 최적화된 앱입니다. 이 앱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웹툰 사이트에 접속해 물리키를 이용해 웹툰을 감상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화질이 별로라고 느껴지거나, 색감이 너무 물빠진 느낌이 나거나, 너무 어두워서 글자가 잘 안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잔상이 너무 심하다고 느껴지는 등 개인 선호에 따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 경우 두 가지 설정을 바꿔주면 됩니다.
1. 최적화 설정
홈 화면에서 Einkbro를 길게 꾹 눌러주면 최적화 설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설정에 들어가면 클리어 모드, 일반 모드, 빠른 새로고침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로딩 속도가 느리더라도 선명한 화면을 원한다면 클리어 모드를, 잔상은 조금 남지만 로딩 속도가 빠른 걸 선호한다면 빠른 새로고침 모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일반 모드는 그 중간 모드이니 하나씩 변경해보며 마음에 드는 모드로 설정하면 됩니다.
2. 색상 조정
리더기 상단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핸드폰처럼 여러 설정을 할 수 있는 상단 메뉴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색상 조정을 선택하고 감상하고자 하는 웹툰, 만화, 도서 등을 켜둔 상태로 자신이 감상하고자 하는 컨텐츠에 적합하도록 설정을 조금씩 바꿔보면 원본에 가까운 색상, 적당한 명암 등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진은 잘 못 찍었지만... Einkbro로 네이버 웹툰에 접속한 모습. 카카페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컬러 만화 단행본
사실 컬러 만화 단행본은 컨텐츠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해외 그래픽 노블을 읽기에 7인치는 많이 작고 (물론 킨들앱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만화를 칸별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되지만... 그래도 만화는 시원하게 한 화면에 보는 게 제맛 아니겠어요? 하하) 일본 만화는 표지를 제외하면 흑백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저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ㅡ^
이런 작품들의 경우 대체로 이북이 pdf 파일 형식이기 때문에 잔상의 주범인 '슬라이드 효과'만 off할 수 있으면 감상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색감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색상 조정으로 조절하면 되고요.
화면이 7인치인 만큼 만화의 여백을 자동으로 크롭해주는 기능이 지원되면 더 좋겠지만... 이건 앱에 따라 또 다르겠죠... 일단 제가 사용 중인 구독 서비스에는 기능이 없어 조금 슬프네요.
어쨌든 이 경우 큰 문제 없이 감상 가능합니다.

(알라딘 뷰어에서 본 짱뚱이 시리즈. pdf는 아니지만 표지가 컬러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ㅎㅎㅎ 그냥 자랑삼아 넣었습니다ㅎㅎㅎㅎ)
3. 미술 서적, 주식/투자 서적
이런 책들은 이미지/그래프/도표와 글이 함께 있다는 특징이 있는 책들이죠. 흑백 리더기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는 분야입니다.
내가 만약 위 분야 책을 주력으로 읽는 사람이다? 무조건 컬러 리더기 추천드립니다.
(물론, 내가 미술 전공자이고, 색 보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면... 아니면 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라면... 이미 색 표현이 뛰어난 태블릿/노트북을 소지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컬러 리더기는 눈은 편안하지만 색감이 원본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저처럼 책을 읽으며 사진이나 그림을 적당히 보고 싶은 분들께 적합합니다. 흑백 리더기는 사진/그림이 구별이 잘 안 되어 아쉽거든요)
다만, 아무리 크레마C의 흑백이 300ppi를 지원한다고 해도, 흑백 리더기와 패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패널이 환할수록 가독성이 높아집니다.) 흑백 리더기에 비하면 그냥 글만 읽는 경우에는 가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런 분들은 컬러 리더기보다 흑백 리더기를 구매하시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즉, 내가 보는 책이 글의 비중이 높은지, 그림의 비중이 높은지를 생각해 보시고,
나는 글을 더 많이 읽고, 글 읽는 게 더 편했으면 좋겠다 -> 크레마A
나는 태블릿보다는 눈이 편했으면 좋겠고, 글보다는 사진/그림을 보고 싶고, 그래프와 도표가 중요하다 -> 크레마C
나는 둘 다 보고 싶다 -> 진리의 둘 다
이렇게 선택하시면 큰 후회는 없을 겁니다.
(리더기가 처음이신 분들께는 흑백 리더기를 추천드립니다!)
3. 케이스와 무게에 대하여
리더기 215g이 사실 가벼운 무게는 아닙니다. 하핫. 하지만 비대칭적인 디자인이라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그립감도 일자형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고요.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마그네틱 케이스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든 바깥에 들고 다니든 리더기를 생으로 사용하기에는 화면 기스도 신경 쓰이고 아무래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젤리 케이스/하드 케이스처럼 리더기에 끼우는 케이스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무게가 증가해 리더기가 더 무거워지게 되죠... 사용할 때마다 케이스를 벗기는 것도 어렵고요.
리더기를 거치해 두고 사용하시는 분들은 젤리 케이스/하드 케이스가 훨씬 편하시겠지만, 물리키 모델 아닙니까!!! '딸각!'의 쾌감! 귀찮게 리모컨을 연결하지 않아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지문과 터치 씹힘 걱정 없이 '딸각!' 한번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시원함!!! (겨울에 물리키 없는 리더기 들고 출퇴근 길을 다닌다 생각해 보시죠... 겨울철 터치 씹힘 때문에 얼마나 답답한가!!!)
보관해둘 때는 마그네틱 케이스로 화면을 보호했다가, 독서할 때는 툭 떼어서 가볍게 이용하기!!! 너무 좋습니다. 사실 이 케이스를 써보고 싶어서 리더기를 질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다른 이북 리더기들도 전부 마그네틱 케이스를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너무 만족스러운 마그네틱 케이스. 참고로 먼지 마개 하나 사서 충전부에 꽂아두면 보관할 때 좋습니다!)
4. 결론
웹툰, 만화 머신 + 약간의 미술/주식 서적 용도로 구매한 저는 대만족합니다. 컬러 리더기 자체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저는 충분히 질러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앱들 간 호환성이 개선되면 금상첨화일 것 같고, 알라딘 만권당 서비스로 크레마 시리즈 활용성이 확장된다면 저와 같은 알라딘 주력 소비자들에게는 최고의 선택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알라딘은 전부터 이북 UI가 깔끔하고 사용하기 편했거니와, 피드백도 곧잘 받아주는 서점사인지라 큰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적어보면, 몇 년 전, 절판된 해외 서적 박스 세트를 주문했는데 직접 전화까지 주셔서 남은 재고가 도서박스 찢어진 것 하나뿐이라며 상황 설명 해주시고 어떻게 진행할지 물어봐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소비자를 이렇게 케어해주는 게 너무 신기했던...)
국내 리더기 시장이 작아서 그런지 기기만 판매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나몰라라하는 경우도 있고, 분명 교환 대상인데 외면하는 판매 업체도 있어서 점점 해외 구매로 발 돌리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물리키 달린 크레마 시리즈가 돌아와서 기쁘네요ㅎㅎ
모두들 원하는 리더기 사서 행복한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